구현모 KT 대표 ‘연임 적격’ 받았지만 ‘경선’ 택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적격’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자신을 단독후보로 추천하는 대신 다른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구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디지코)을 선언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다만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가 내부자에 유리한 경선 방식이라고 문제를 삼자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13일 연임 의사를 밝힌 구 대표에 대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연임 적격’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지난 8일에 이어 두 번째 면접을 봤다. 구 대표는 3년간의 경영 실적과 디지코 전환 노력, 주가 부양 등의 성과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업무 성과를 고려하면 ‘연임 결정’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KT 이사회가 13일 구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단독 추천하기로 결의했다면, 내년 3월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 대표는 ‘단독 후보’가 아닌 ‘복수 후보’와의 경선 형식을 스스로 선택했다. ‘정당성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KT는 “연임 적격 판단 이후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구 대표가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소유분산기업은 명확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을 뜻한다. KT나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35%)은 최근 민영화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유분산기업의 합리적 지배구조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나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다.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KT에서 외부 인사보다 내부 등용을 우선하는 관행이 있는 데 대해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KT 주주총회에서 정치후원금 관련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었다. 구 대표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부정적인 외부 시각을 해소하면서 연임 당위성을 인정받기 위해 경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 이사회는 구 대표와 경쟁할 후보군을 추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경영 공백을 우려해 올해 안에 최종 후보 선정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최종 후보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대표 자리에 오른다. 구 대표의 연임이 확정되면, 2026년 3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하게 된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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