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용’인줄 알았던 민주당 수정예산안 처리 현실화되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해 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내년도 예산안 협상시한(15일)을 이틀 앞둔 13일에도 여야의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를 두고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협상용 카드’로만 여겨졌던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수정예산안 처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 자체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부는 야당이 깎아놓은 예산으로 내년 나라살림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이다.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다만 국민의힘은 감액으로만 이뤄진 수정안을 강행 처리하기에는 민주당 역시 정치적 부담이 커서 마지막 ‘실행 버튼’을 누를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김 의장 주재로 회동했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헤어졌다.

민주당은 15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수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예산을 감액할 권한은 있지만 증액을 하려면 정부의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 민주당의 수정안은 639조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에서 감액 작업만 이뤄진 것이다. 총 감액 규모는 2조원가량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여당은 민주당의 수정안을 협박용으로만 보는데 진짜 통과시킬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헌정사상 야당이 다음 연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수정·의결한 사례는 없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9년 12월 수정예산안을 제출했었지만, 소수당의 항의 성격이 강했고 수정안에 증액 부분이 발견돼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수정안에 대해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아무런 법리적 문제가 없도록 검토를 마쳤다”며 “정부에서도 수정안을 보고 현실성이 있어 보여 깜짝 놀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산 심의·확정권은 국회의 고유 권한이어서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내년도 예산으로 확정된다. 감액된 예산으로 인해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이 생겨 정부가 곧장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여당은 상황이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결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도 주요하게 챙길 공약 사업이 있을 것이고 각 지역구마다 증액이 필요한 사업도 많을 텐데,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증액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수정안을 통과시키면 민주당 내부에서 먼저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도 “지금까지 예산 협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필요한 증액 작업도 많이 이뤄졌는데 이걸 그냥 걷어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정안은 누를 수 없는 ‘핵버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안규영 기자 jukebox@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