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저는 제 인생이 소중합니다” 전주환 재판서 공개된 피해자 탄원서

신당역 살인 사건 공판
피해자 부친 딸 탄원서 낭독
“법에서 허용하는 가장 중한 처벌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이 지난 9월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구속송치 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신당역 살인’ 사건의 범인 전주환의 재판에서 피해자가 과거 법원에 냈던 탄원서가 공개됐다. 전주환은 피해자인 여성 역무원을 상대로 한 스토킹 범죄로도 재판을 받고 있는데, 피해자가 생전 담당 재판부에 제출했던 탄원서가 전주환의 살인 혐의 법정에서 피해자 아버지의 목소리로 낭독됐다.

피해자 부친 A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1부(재판장 박정길) 심리로 열린 전주환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살인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딸 아이가 생전 법원에 탄원했던 내용”이라며 탄원서를 읽었다. 전주환은 피해자를 불법촬영하고 2년여간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중형 선고가 예상되자 지난 9월 14일 피해자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흉기로 살해했다.

피해자는 탄원서에서 “저는 한때 누구보다 꿈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겪고 제 시간은 멈춘 것 같습니다. 단 한 가지 희망은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고 전처럼 지낼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저도 다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많이 힘들겠지만 여전히 저는 제 인생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라며 “그때 용기내 스토킹 범죄를 고소한 건 참 잘한 일이었다고, 언젠가 스스로 다독여줄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A씨는 “가해자는 제 아이를 2년 간 스토킹했고, 아이가 참고 견디다 스토킹 범죄 처벌이 강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고소하자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고소했다고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과연 누가 고소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제 아이는 법원의 엄중한 판결로 자신을 보호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며 “우리 가족은 만에 하나 전주환이 다시 사회로 돌아올까봐, 또 우리를 해칠까 두렵다. 부디 우리 법에서 허용하는 가장 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A씨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피해자 모친은 방청석에 앉아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방청석에서도 흐느끼는 소리가 이어졌다. A씨는 “제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저는 어떻게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숨을 쉬고 있는 제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제 가족이 왜 이 법정에 왔는지도, 제가 이곳에서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도 믿기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전주환이 살인 혐의는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 공판 증인 신문은 유무죄를 가리기 위해서가 아닌 형량을 어떻게 내릴지에 대한 양형심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달 10일 범죄심리 전문가인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를 불러 증인 신문을 진행한 뒤 재판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검찰 구형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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