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 노동자들 좋아하나 과로사·사고 심각해”

“장시간 노동보다 훨씬 나쁜 건 장시간 노동에 불규칙한 노동”
“과로는 사고, 시민재해 등도 일으켜” SPC 사례 들기도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52시간제 유연화 등을 골자로 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노동개혁 권고안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이자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인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권고안이 “과로사회를 조장하는 안”이라며 “노동운동 출신인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이 권고안을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임 원장은 권고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장시간 노동보다도 훨씬 더 나쁜 노동이 바로 장시간 노동에 불규칙한 노동”이라며 “이번 권고안은 장시간 노동, 불규칙한 노동을 조장하는 권고안이기에 지금도 많은 편인 우리나라의 과로사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자들은 몰아서 일하고 왕창 쉬는 거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오히려 전문가들이 그렇게 하는 건 별로 안 좋다고 얘기해 줘야 한다”며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일본에서는 간호사가 하루 14시간씩 사흘 일하고 나흘을 쉬게 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4일을 쉬니까 행복한데 결국 간호사들이 과로사로 죽고 의료사고가 나는 등의 부작용이 생겼다”며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간호협회에서도 다시 8시간 근무로 전환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에 부정적인 선례가 있음에도 이러한 권고안이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임 원장은 이번 권고안이 과로 인정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노동 중 질병이 발생하거나 사망 사고가 생겼을 때 노동부가 과로를 인정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게 주당 60시간”이라며 “인정기준이 노동부의 시행령으로 되어 있는데 이번 권고안은 노동부가 시행령을 스스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임 원장은 앞서 10월 SPC 계열사 SPL 공장에서 발생한 끼임사고 또한 과로로 인한 피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로가 과로사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무서운 건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이라며 “본인만의 사고가 아니라 중대시민재해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시간은 철저히 관리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 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노동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라 말했다. 사실상 이번 권고안이 향후 정부 노동정책의 기반이 될 것을 예고한 것으로 읽힌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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