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방패’ 무력화 우려하는 대만, 한국은 안전하나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의존 국가’다. 반도체는 대만 경제에 ‘쌀’이자 ‘생명줄’이다. 대만 반도체 산업의 연간 생산액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에 이른다. 수출 규모는 전체 수출액에서 3분의 1이 넘는다. 대만 내 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 규모에 따라 민간투자의 규모까지 달라질 정도다.

대만은 정부까지 나서서 반도체 산업에 각별하게 힘을 쏟는다. 반도체가 ‘안보 방패’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우크라이나처럼 대만해협은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여겨진다. 중국은 대만을 ‘미수복 지역’으로 본다. 이 때문에 언제든지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대만인들을 강하게 사로잡고 있다.

다만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중국의 대만 침공은 쉽지 않다. 당장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멈추면 전 세계적 경제 공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아이폰부터 첨단 무기에 이르기까지 반도체의 70%가량을 대만에 기대고 있다. 대만 침공은 미국 경제에 대한 공격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견고한 대만의 ‘실리콘 방패’에 금이 가고 있다. 미국이 방아쇠를 당겼다. 반도체 공급난을 계기로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재편에 들어가면서 반도체 생산시설이 대만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미 TSMC는 대만을 벗어나 미국 일본 등에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의 구모를 처음 계획보다 3배(총 400억 달러 투자)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다 각국이 첨단 반도체를 지나치게 대만에 의존한다는 경각심을 느끼면서 ‘탈(脫) 대만’ 주장까지 제기된다. 반도체 제조시설이 대만을 떠나면, 1970~80년대 미국 제조업 중심지였던 ‘러스트벨트’의 쇠락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실리콘 방패’ 붕괴는 중국의 위협으로 직결되기도 한다.

반면 대만의 ‘방패’가 한층 단단해진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주도권 경쟁이 심화할수록 반도체 산업의 ‘탈 중국화’가 빨라 대만의 ‘경쟁력 우위’가 확고해진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는 그대로 복제하거나 대체하기 어렵다. 생산성과 기술력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으로 ‘탈 대만화’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14일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대만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정학적 위협이 상존하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압도적 경쟁력을 발판으로 ‘공급망 지배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형 ‘실리콘 방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단시간에 한국을 대체할 수 없는 반도체 우위 품목이 필요하다. 단순한 기술 초격차가 아니라 실질적인 시장 지배력과 대체불가능성을 결정하는 생산역량, 안정적 수율로 ‘한국형 반도체 방패’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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