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시위 2주 만에…中 의대생들 “처우 개선” 동시다발 시위

“코로나 환자 치료에 내몰고 감염돼 일 못하자 월급 깎아”
베이징 의료진도 잇따라 감염 ‘비상’
中당국, 무증상 감염자 수 발표하지 않기로

13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발열진료소로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봉쇄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가 벌어진 지 2주 만에 의대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방역 완화 후 급증한 코로나19 감염자 치료에 내몰리면서 기본적인 의료 장비조차 지급받지 못했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14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시위는 지난 12일 장시성, 쓰촨성, 윈난성, 장쑤성, 푸젠성 등 5개 성 6개 대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SNS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학 부속 병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에 불만을 표출했다. 장쑤성 쑤저우 의과대 학생들은 학교 측이 부설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라고 요구하면서 N95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학생들이 격리돼 근무를 못하게 되자 병원 측은 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월급을 삭감했다고 한다.

난창대 장시의과대 학생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인턴 월급이 고작 1000위안(18만원)이라는 데 반발했다. 시위가 벌어지자 학교 측은 교문을 걸어 잠갔고 현장에는 경찰차가 출동했다. 쿤밍의대 학생들은 병원이 월급도 휴가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일만 시킨다고 항의했고 곧이어 학교 관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들을 끌고 갔다. 쓰촨성 의대생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이중잣대 거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감시와 검열이 일상화된 중국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방역을 앞세운 일상 통제가 3년째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지난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도심 쓰퉁차오에 걸린 ‘독재자 시진핑은 물러나라’ 현수막 시위가 신호탄이었다. 이어 지난달 26~27일 베이징과 상하이, 광둥성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봉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20, 30대는 검열에 저항한다는 뜻으로 백지를 들고 나왔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백지 시위가 정치적 각성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약국에서 14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해열제와 독감 치료제 등 약품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베이징에선 의료진도 대거 감염돼 비상이 걸렸다. 베이징 하이뎬구 병원의 약국 창구에는 “모든 당직 약사들이 아프니 양해 바란다”는 안내문이 붙었을 정도다. 병원 관계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많은 의사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병원 문을 닫을 수는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근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하는 쑨춘란 부총리는 전날 베이징 병원을 시찰한 뒤 “코로나19 환자이든 아니든 관계 없이 진료 신청을 접수하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부터 무증상 감염자 수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7일 상시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폐지된 이후 증상이 있어도 검사받지 않는 사람이 많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건위는 전날 신규 확진자가 2249명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은 그전까지 유증상자와 무증상자를 따로 집계해 유증상자만 확진자로 분류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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