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댓글은 사회적 해악… 끊임없이 자가 진단해야”

[혐오 발전소, 댓글창] ⑤ 혐오 댓글 대책은
KISO 이승선 혐오표현심의위원장 인터뷰
혐오표현 막을 가이드라인 제정…내년 도입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혐오표현심의위원장인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혐오 댓글은 공공의 적이 됐다. 입법을 통한 규제 움직임도 한창이다. 포털 사업자들은 법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자율규제를 통한 자정 노력을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혐오표현을 차단하면서도 이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포털 사업자들과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내 대표적 자율규제기구인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최근 ‘혐오표현 심의위원회’를 설립하고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섰다. ‘혐오표현의 판단과 처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연내 완성, 내년 상반기 각종 포털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 위원회의 목표다. 혐오댓글 확산을 방지할 새로운 기준이 될지 주목된다.

다음은 KISO 혐오표현심의위원장인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의 일문일답.

-‘혐오표현심의위원회’의 출범 배경은.
“앞서 KISO 게시물 소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포털사업자가 게시물을 어떻게 조치할지 불분명하거나 회원사들 합의가 필요한 경우 의뢰를 받아 위원들과 논의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던 중 혐오표현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 모였다. KISO도 혐오표현 대응이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게 진행될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해 위원회가 출범하게 됐다.”

-혐오표현에 대한 최근 사회적 논의는 어떠한가.
“시민사회나 정치권에서도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이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 특히 혐오 문제는 세월호 사건 이후에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에 더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을 혐오하는 문제, 이태원 등의 특정 장소에 머물렀다는 이유로 발현되는 혐오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팬데믹과 이태원 참사 등 재난 상황 발생으로 온라인상에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점점 거칠어지는 혐오 표현에 대한 경각심도 커졌다. 법적으로도 제재해보려는 움직임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해 나타나고 있지만, 법으로 표현을 제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혐오표현심의위원장인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가이드라인 제정의 의미와 현재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사업자 간에도 ‘이 정도 표현은 혐오’라는 공통된 인식이 있고, 혐오 표현에 대한 대응 수준이나 방법도 유사하거나 일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개별사업자가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들을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용자의 피해구제 신청이나 발견자들의 신고 등에 의해 사업자가 삭제 조치할 수 있다. 이용자가 글을 작성할 때 ‘유해하다’ ‘혐오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주는 활동도 필요하지만 자칫 ‘사전 검열’로 비칠 수 있다. 혐오 표현이 게시·공유된 이후 대응하는 것이 현재로선 현실적이다. 이용자들에게도 사전 예방 차원에서 기준을 제시해준다면 자발적인 자제 노력을 기대할 수 있다. 대략 초안은 나왔는데 사업자가 내부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단계다. 진화하는 혐오 표현에 맞춰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에도 꾸준히 개정 보완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은 없나.
“혐오표현에 대해 정의하는 것조차 학자마다 다양하다. 연구 대상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이 혐오표현인지 보편적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이용자들이 공감할 수 있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또 온라인 공간은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동시에 모든 기본권이 충돌하는 공간이다. 혐오표현이라도 우리 사회가 수용할 역량이 있는 표현인지, 수용하기 어려운 표현인지 조금씩 확인하고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포털 사업자들은 가이드라인 제정에 협조적인가.
“위원회에 참가하는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실무진은 여러 제한 조치들로 인해 이용자가 서비스를 회피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용자에게 ‘악성 댓글러 취급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응 지침이 담긴 혐오표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공감해 작업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혐오표현은 입법 등을 통한 강한 제재가 가해질 영역이기 때문에 사업자들도 실효성이 있는 자율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사업자들이 불편할 수 있다. 댓글 관련 업무가 늘어나지만 자율규제야말로 궁극적으로는 강제 규제나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길이다.”

-혐오 댓글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악성댓글이라 해도, 이를 원천 차단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가 현 수준에서 공감할 수 있는, 매우 분명한 혐오라고 한다면 온라인 공간에 못 들어오게 하고, 발견된다면 삭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수위의 표현을 수용할 것인지, 수용 가능한 부분들을 최소화한 뒤 점차 넓히는 과정을 통해 풀어나가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교육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학교 교육도 필요하지만, 사회의 교육이 필요하다. 혐오는 신조어에 의해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전 세대에 걸쳐 ‘혐오표현은 사회적 해악’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스스로 언어생활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자가 진단해야 한다.”

◇‘혐오 발전소, 댓글창’ 시리즈의 상세한 데이터와 사례는 인터랙티브 페이지(“https://westophate.kr/”)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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