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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영성 관광 시대가 열린다

송길원·청란교회 목사, 동서대학교 석좌교수(가족생태학), 하이패밀리 대표

“조선에 뿌린 하나님의 진리가 없어질 것인가.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조선 백성을 은혜롭게 방문할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이 있을 것이다.…성서에는 하나님께서 이 보잘것없는 시초까지도 축복하신다고 확실하게 기록되어 있다. 나는 조선에 곧 먼동이 터 ‘좋은 시대’(밝은 날)가 오기를 바란다.”

1832년 조선 순조 때 한국 땅을 밟았던 귀츨라프(Karl Friedrich August Gutzlaff)가 ‘조선 서해안 항해기’에 쓴 이야기다. 그는 개신교 첫 방문 선교사였다. 작년이 한국 방문 190주년이었다. 올해는 그의 탄생 220주년이 되는 해다. 귀츨라프의 첫 방문은 처절한 실패나 마찬가지였다. 겨우 감자 씨를 건네주고 포도주 담그는 법을 알려 준 것에 불과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필담으로 주기도문을 일러주고 떠났다. 그는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이 나라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저런 이야기를 남겼던 것일까.

나는 시편 기자의 고백을 떠올렸다. “여호와로 자기 하나님을 삼은 나라 곧 하나님의 기업으로 빼신 바 된 백성은 복이 있도다”(시 33:12·개역한글)

그랬다. 귀츨라프의 꿈은 헛되지 않았다. 조선 국왕에 의해 거절당했던 성경을 손에 든 선교사들이 세계를 누비고 있다. 선교대국(2위)이 되었다. 그가 건네준 감자를 먹고 배고픔을 이겨내 건강대국(평균 여명 1위)이 되었다. 무럭무럭 자란 젊은이들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건아들이 되었다.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10위)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가난에 찌들었던 나라가 경제강국(30/50기준 5위)에다 무역대국(6위)이 되었다. 변방의 반도국가가 문화강국(한류 미디어와 K-POP)을 이루었다. 교육강국(IQ 1위)에다 창조강국(ICT)이 되어 세계를 흔들고 있다. UN사무총장, WHO사무총장, 세계은행총재, 세계무역센터총재 등을 배출한 글로벌 인재가 많은 나라, 전쟁을 극복하고 분단의 긴장과 위협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은 정신 강국…. 그가 말한 ‘좋은 시대’는 200년이 채 되기도 전, 이렇게 찾아왔다.

놀랍게도 한국은 2022년 강대국 순위에서 6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권위 있는 랭킹조사업체 US뉴스&월드리포트(USNWR)가 집계한 결과다. 이 순위는 각국의 정치·경제·군사적 위력뿐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을 포함한다.

우리 시선을 다시 조선 영조 시대로 돌려보자. 연암 박지원은 1780년 사신단의 일원으로 중국을 다녀온다. 북경의 천주당을 찾는다. 천주당은 서구 문물을 바라볼 수 있는 문화⸱박람회장 같았다. 박지원은 ‘열하일기’에 천정에 그려진 아기 천사 그림을 보고 ‘갑자기 이를 보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리면서 머리를 잦히고 떨어지는 애기들을 받으려고 자신도 모르게 두 팔을 벌리게 된다’고 적었다. 그림만이 아니었다. 천주당에 놓인 풍금(風琴·파이프오르간)이 귀를 놀라게 한다. 김훈은 장편소설 ‘흑산’에서 마부 마노리를 통해 풍금을 이렇게 소개한다.

“북경천주교당은 천정이 높았다. 발소리가 울려서 이 세상의 땅이 아닌 곳을 밟는 듯했다. 색칠한 유리창에서 영롱한 무늬가 드러났고, 넓고 높은 옥내에 빛의 조각들이 떠다녔다. 그때 풍금소리가 들렸다. 그 악기 이름이 풍금이라는 것을 마노리는 나중에 알았다. 수많은 숨결들이 포개진 소리였다. 소리는 폭을 넓게 거느렸고 깊이 스몄고 멀리 닿았다. 마노리의 귀에는 하늘로 불어가는 바람소리처럼 들렸다.”

이랬으니 당시의 지식인들 사이에 천주당 구경이 유행일 수밖에 없었다. 요즈음 문화예술 관광이었던 셈이다. 설 전날 하이패밀리를 찾은 한국관광공사 김장실 사장은 문화⸱예술⸱관광을 화두로 삼아 현재 우리나라의 미래를 전망했다. “한국은 현재 경제 기적, 민주 기적, 문화 기적까지 이뤄냈는데 이제 두 가지가 남았습니다. 하나는 선진화와 통일입니다. 완전한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게 물질적인 선진화와 문화적 선진화인데 문화적 선진화를 기본으로 생활문화 한류에서 정신문화 한류까지 그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김 사장은 역사와 문화, 한국과 세계, 민화와 노래 등을 예로 들며 관광의 가치를 설파했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로렐라이(Die Lorelei)’ 언덕의 민요부터 전설이 된 박달재 이야기까지 거침이 없었다. 러시아 역사학자, 레미 구밀로프는 말했다. ‘밤하늘을 망원경으로’ ‘여인의 옆모습은 맨눈으로’ ‘곤충은 확대경으로’ ‘물 한 방울은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김 사장이 그랬다. 이어 인류의 역사를 쥐구멍에서 듣는 ‘인간사’, 언덕에서 조망하는 ‘흥망사’, 하늘에서 보는 ‘지구사’로 보고 진단한 말이 있었다.

“지금은 기독교 한류가 발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기독교 인구가 1000만입니다. 외국인들한테 한국의 정신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매개는 그들에게 친숙한 기독교 한류죠. 서양 기독교가 한국 땅에 와서 어떻게 기적처럼 부흥을 했는가 그 현장도 보고 싶어 합니다. 서양의 악기인 파이프 오르간이 한국의 피리 대금과 조합이 된 소리에 놀랍니다. 이미 관광공사에서 하이패밀리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영상으로 널리 소개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이 있었다. “바야흐로 영성 관광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이 말이 귀츨라프의 예견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영성 관광(靈性 觀光)이란 말에 전율했다. 지금 하이패밀리가 세우고 있는 ‘K-Bible’(작품명: UNFOLD-Korean Bible)과 이미 세워진 건물의 미학, 거기다 주기도문 영성 길 등 수많은 작품과 콘텐츠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귀츨라프의 꿈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이제 곧 세계의 관광객들이 경기도 양평의 하이패밀리를 찾아올 것을 꿈꾼다. 그들이 보고 갈 것은 하나님의 말씀일 것이고 가슴에 새겨갈 것은 하나님의 마음일 것이다. 이제 우리네 선교도 바뀌어야 한다. 등대는 움직이지 않고 비추인다고 하지 않던가. 새로운 관광 선교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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