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220주년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 KBS·경기필 잇따라 공연

표제음악 출발점으로 중요… 워낙 대작이라 평소 자주 공연안해


‘표제음악’이란 기악곡 가운데 곡의 내용을 설명·암시하는 표제로써 구체적 또는 추상적인 대상을 묘사하려는 음악을 가리킨다. 오직 음의 구성만으로 이뤄진 ‘절대음악’과 대립하는 개념이다. 절대음악이 음악 자체에 가치를 둔 데 반해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문학작품·회화 등을 기악으로 표현해 보고자 했다.

표제음악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교향곡’(1808년)이 꼽힌다. 작곡가 자신이 교향곡에 제목을 붙인 데다 악장마다 부제가 붙어 있으면서 곡 전반에 묘사적 분위기가 흐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제음악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꼽히는 것은 프랑스 작곡가 액토르 베를리오즈(1803~1869)의 ‘환상 교향곡’(1830년)이다. ‘어느 예술가 생애의 에피소드’라는 부제를 단 이 작품은 베를리오즈가 연극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에게 반해 열렬히 구애했다가 거절당한 후 실연의 아픔 속에서 쓴 것이다.

베를리오즈는 작품의 서문 격으로 “병적인 관능과 강렬한 상상력을 지닌 한 청년 예술가가 광련(狂戀) 끝에 아편으로 음독자살을 꾀한다. 그런데 복용량이 적이 혼수상태에 빠져 기괴하기 이를 데 없는 환상을 본다”는 줄거리를 직접 악보에 기입했다. 꿈, 정열, 무도회, 전원풍경, 단두대로의 행진, 발푸르기스 밤의 악몽이라는 제목을 단 5악장의 이 작품은 마치 한 편의 소설이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앞서 베토벤은 ‘전원 교향곡’에 표제를 붙였지만, 특정 사건이나 상황을 묘사하지는 않았다. 이에 비해 베를리오즈는 ‘환상 교향곡’에서 줄거리와 악장별 부제를 쓴 것 외에 연인을 상징하는 고정악상을 악장마다 등장시키는 등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또한, 베를리오즈는 ‘근대 오케스트레이션의 아버지’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 출세작인 이 작품에서 대편성과 특수악기 사용 등 악기의 음색과 효과를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젊은 시절의 액토르 베를리오즈. 위키피디아

오는 4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이 잇따라 관객을 찾아온다.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 교향악단 정기공연과 13~14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에서다. 환상 교향곡이 워낙 대곡이라 국내 무대에서 좀처럼 감상하기 힘들지만, 올해 베를리오즈 탄생 220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악단 2곳이 잇따라 선보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KBS 교향악단은 ‘파리의 봄’이라는 주제 아래 프랑스 작곡가의 레퍼토리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이 지휘봉을 잡아 환상 교향곡을 비롯해 뒤카의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선보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환타지아’에 수록되며 널리 알려진 ‘마법사의 제자’는 괴테가 창작한 동명의 시를 기반으로 작곡됐다. 10분 남짓한 짧은 작품이지만 확대된 편성을 사용해 신비롭고 익살스러운 내용을 표현한다. 바스크족의 이국적인 선율과 재즈풍의 자유분방한 멜로디가 어우러진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프랑스 작곡가들에 대한 탁월한 해석으로 호평받는 피아니스트 파스칼 로제가 협연자로 나선다. 2018년 KBS교향악단 제735회 정기연주회에서 같은 곡을 연주한 지 5년 만이다.

경기필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휘자 지중배를 초청해 ‘마스터피스 시리즈 VI-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연주한다. 지중배는 환상 교향곡으로 2012년 독일 오페레타상 지휘자상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협연자로는 에스메 콰르텟이 함께 한다. 2018년 권위있는 실내악 콩쿠르인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 사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에스메 콰르텟이 미국 작곡가 존 애덤스의 2012년 작품인 ‘완벽한 농담’을 국내 초연한다. 국내 무대에서 실내악 작품만 연주했던 에스메 콰르텟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완벽한 농담’은 현악 4중주와 오케스트라라는 참신한 편성으로 다양한 베토벤 음악을 재배열, 재해석한 작품이다. 베토벤의 교향곡과 현악 4중주 모티브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에스메 콰르텟은 지난 3월 홍콩 아트 페스티벌에서 서울시향 부지휘자 윌슨 응의 지휘로 이 곡을 협연한 바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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