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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의 늪 빠진 학생들 전인적 회복에 앞장

안보경 평화비추는숲 이사


‘학교폭력’.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문제다. 이로 인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전인적으로 ‘회복’시키는 데에 누구보다 앞장을 서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사회적 협동조합인 평화비추는숲(박숙영 대표)의 안보경(62·사진) 이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어머니에게서 선한 영향을 받았다. 기독교 신자인 할머니를 통해선 굳은 신앙을, 교사였던 어머니를 통해선 가르침의 달란트를 받았다. 정식 교사가 된 직후, ‘기독교사’로서 사랑을 기반으로 학생들을 섬기겠노라고 다짐하며 학교에 출근했다.

하지만 다짐과 달리 학교에서의 교육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 안 이사가 근무했던 학교는 집단따돌림이 성행했다. 이의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반마다 1명은 꼭 있었다. 경험도 지식도 부족한 초짜 교사가 이를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상담 업무를 맡게 됐는데 수업과 병행하면서 이를 하기엔 힘에 부쳤습니다. 성과도 별로 없었습니다. 어쩌다 한 아이가 상담을 받은 후 앞으로 스스로 잘해보겠다고 교실에 가도 다시 상처받고 오기 일쑤였습니다. 제가 부족해서 그런가 싶어서 평생교육원 상담과정, 상담교육대학원과 기독상담사 공부도 해봤습니다.”

상황을 개선해보기 위해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학생들을 모아 동아리를 구성, 스스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기획해보기도 했다. 친구들이 ‘왕따클럽’이라고 부를 것을 우려해 주변 또래 혹은 일부 선배들도 함께하는 공식적인 학교 봉사활동 단체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또한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변화가 찾아왔다. 안 이사는 우연찮은 기회에 기독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한성준 대표)의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가 과정 1기를 수강하게 됐다. 더 이상 다른 해법이 보이지 않던 안 교사는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제가 근무하던 학교는 남자공립학교로 좋은교사운동에 소속된 교사들이 ‘좋은 학교’를 만들어보자고 모인 학교였습니다. 좋은 학교라는 말이 제게 참 좋게 다가왔었습니다. 이를 통해 접하게 된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폭을 처벌로 다스릴 것이 아닌 관계 조정, 즉 학폭 가해자와 피해자 학생 및 학부모들 간의 대화를 적극 유도해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안 이사는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가 과정을 하면서 학교에서 회복생활교육부장(생활지도부장)을 맡았다. 이를 맡은 직후부터 심각한 학폭 사건이 터졌다. 처음에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다. 안 이사는 교육에서 배운대로 관계 조정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해당 사건은 신문에도 보도됐다.

그런데 관계 조정이 최종적으로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은 학부모 간 합의가 되지 않아서 형사고발 절차를 밟긴 했지만, 이것과는 별도로 성공적인 조정 과정을 가졌다.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을 용서했다. 이후 피해 학생은 학교를 무난하게 다닐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제게 은혜였습니다. 당시 학폭 처리 기간을 준수해야 했는데 조정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조정을 위해 ‘학폭 늑장 대처’라는 비판도 감내했습니다. 여하튼 저는 우리학교의 회복적 대화모임이라 불리는 조정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갈등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 정부는 학폭 발생 시 관계회복조정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회복적 대화모임으로 피해자는 피해의 회복을, 가해자는 책임의 회복이 가능한 구조가 정착됐다. 다만 여전히 문제는 있다. 학교 또는 교육청이 이를 진행할 인력이 없을 경우 조정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학부모들도 조정 과정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갈등이 생겼을 때 언제든지 회복적 대화모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는 게 필요합니다. 더욱이 학폭이 발생했을 경우 당사자들에게 회복적 대화모임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법적으로 고지하는 것을 의무로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사전 고지를 했는데 조정을 하기 원하는 경우 어떻게 진행자와 연결할까 하는 것도 관건입니다. 현재 교육청 중에서 관련 인력풀을 가진 교육청도 있지만, 이를 위해 좀 더 전문적인 인력을 교육청별로 확충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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