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미션 > 전체

담목들은 “프로가 돼달라” 부목들은 “소통 좀…”

교갱협 부교역자 콘퍼런스 “우리는 이렇게 동역하기를 원합니다” 개최

국민일보DB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40대 부교역자 A씨. 교회 리모델링 과정에서 전공을 살려 색깔과 컨셉 등이 담긴 디자인 시안을 교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담임목사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물이 최초의 시안과 많이 달라져 있어서 당황한 적이 있다.

A목사는 “디자인적 요소가 희석되고 투박해졌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아쉽다”며 “담임목사님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는 없다. 비전문 분야에서는 좀 더 귀를 열어주셨으면 좋겠다.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A목사처럼 담임목사와의 ‘소통’을 요청하는 부목회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부목사가 보는 한국교회’ 조사에서는 현재 부목사의 삶의 만족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담임목사와의 관계’(41%)가 지목됐다.

2023 교갱협 부교역자 콘퍼런스에서 교갱협 이사장 김찬곤 목사가 개회예배 설교를 전하고 있다.

교회갱신협의회(교갱협·이사장 김찬곤 목사)는 이 통계를 바탕으로 30일 서울시 용산구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에서 부교역자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우리는 이렇게 동역하기를 원합니다’를 주제로 담임목회자들의 발표와 부교역자들의 그룹토의가 이어졌다.

부교역자들의 그룹토의에서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바람직한 동역을 위한 여러 제안이 나왔다. 안양석수교회 부교역자인 한지수(45) 목사는 “우리 담임목사님은 충분한 데이터와 근거를 기반으로 말씀드리면 잘 수용해 주시더라”며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을 잘 파악하고 충분한 숙고를 거친다면 소통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동작구에서 사역하는 B목사(44)는 “아무리 좋은 기획을 해도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과 맞지 않으면 수용되지 않는다”며 “문제는 담임목사님의 목회 철학을 파악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B 목사는 소통의 부재가 부교역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고 토로했다. B목사는 “20대 교역자, 흔히 말하는 MZ세대들과 대화하다 보면 당황스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며 “언젠가 담임목사가 될 텐데 이런 분위기라면 일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쌍방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6일 국민일보에 보도된 “‘오후 6시 퇴근합니다’…MZ 교역자 칼퇴에 교회 들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도 부교역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시 기사는 서울의 한 대형교회 전도사에게 이 교회 여전도회 회장이 6시 이후 여전도회 모임에 찬양 인도를 부탁했지만, 퇴근 시간 이후라 어렵다고 고사했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요즘 일부 젊은 교역자들의 세태를 보도했다.

기사의 댓글은 뜨거웠다. 교회 전도사로 추정되는 한 교역자는 ‘더미션’ 페이스북 계정에 “하루에 네 시간도 못 자고 목사·사모·부목사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무슨 칼퇴냐. 담임목사가 말하는데 누가 ‘아니요’라거나 ‘싫다’고 말하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부교역자는 “젊은 사역자들의 값진 헌신을 값싸게 낭비한 기성교회와 지도자들이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교갱협 콘퍼런스에서 발표에 나선 담임목사들도 부교역자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다고 했다. 교갱협 이사장 김찬곤 목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들뻘 혹은 그보다 어린 친구들이 부교역자로 온다”며 “나이로 40년 이상 차이가 나는 친구들과 말이 잘 통한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우리는 후진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지만 젊은 목회자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며 “소통을 위해 담임목사들이 선진국 방식에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후배들에게 전해줘야 할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이 부분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담임목사가 바라는 부교역자상’도 제시됐다. 박승남(후암교회) 목사는 “선배 목회자들이나 사역자들이 부교역자들을 다루기 힘들다고 토로한다”며 “부교역자라고 해서 아마추어의 마인드를 가져선 안 된다. 김성근 야구 감독의 말처럼 ‘돈 받으면 프로’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목사는 “아마추어는 공부하고 일하고 남은 시간에 하는 사람이지만 프로는 전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이라며 “프로는 열매로 말한다. 야구선수들도 성적이 안 나오면 2군으로 내려가듯이, 부교역자는 열매로 말해야 한다”고 했다. ‘소통’에 대해서도 “홈런타자라고 할지라도 감독이 번트를 지시하면 따라야 한다”며 “그래야 탁월한 스타이고, 훗날 자신도 감독이 되어서 지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손동준 장창일 기자 sd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문서선교 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