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김상온] 아파치 헬기


미군에는 요즘도 기병대가 있다. 물론 서부영화에서 보듯 돌격나팔 소리와 함께 말을 타고 질풍처럼 달려가 인디언이나 악당들을 쳐부수던 그런 기병대는 아니다. 고속 기계화부대나 헬리콥터 강습부대를 그렇게 이른다.

어쩌면 서부개척시대의 향수가 깔려있는지도 모르겠으되 미군이 헬기 강습부대를 기병대라고 부른다면 헬기, 특히 공격용 헬기(AH)는 '천마(天馬)'인 셈. 이 천마 중에서도 오늘날 가장 위력적인 것으로 꼽히는 게 AH-64D 아파치(롱보우)다. 한국에 주둔중인 미 8군 예하 6기병여단이 보유하고 있는 바로 그 기종.

아파치 뒤에 '롱보우(Long Bow)'라는 이름이 붙기도 하고 안 붙기도 하는 것은 롱보우라는 레이더장비 장착 여부에 따른 것. 값이 비싸서 대략 3대에 1대 꼴로 장착된 전방위 전천후 레이더시스템 롱보우는 최대 256개의 표적을 동시추적·분석해 공격 판단까지 내려준다. 아파치 1대에는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을 최대 16기까지 장착할 수 있고 이 미사일은 16개의 표적을 27초 안에 파괴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화력과 첨단 전자장비를 갖춘 아파치 헬기 1개 대대를 한국에서 빼내기로 한 미국이 대체전력으로 약속했던 '탱크 킬러' A-10 대신 F-16을 주한미군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국군이 중고 아파치 헬기를 들여와 운용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대전차전 외에 그간 미군 아파치 헬기가 담당해온 북한 특수군의 한강 하구 침투 저지를 위해서는 전력의 공백을 보완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이라는 것.

사실 아파치 도입 얘기는 벌써부터 나왔던 만큼 새롭지 않다. 중고 아파치를 들여오는 것과 국산 공격용 헬기(KAH)사업을 계속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국익에 도움이 될지 논란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논란과 별개로 영 기분이 찝찝한 것은 미국이 아파치 헬기를 한국에 팔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군이 A-10기 대체 투입 취소 이유로 '기체 결함에 따른 전세계적인 정비의 필요성'을 내세웠으면서 현재 한국에 배치된 A-10에는 '아무런 결함도 없고 현재로서는 정비할 계획도 없다'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진정한 동맹이라면 장삿속으로만 대해서는 안 될 텐데….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