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 칼럼] 공공기관 구조조정 玉石 가려야 기사의 사진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확장본능을 얘기할 때 흔히 인용되는 게 있다. 바로 '파킨슨의 법칙'이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노스코트 파킨슨이 수학의 기법을 동원해 사회현상을 풍자적으로 분석·발표한 이 사회생태학적 법칙의 압권은 '공무원 수는 업무량에 관계 없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피터의 법칙'도 자주 인용된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로런스 피터가 분석·창안한 이 법칙의 요지는 '위계 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산하 공공기관으로부터 2012년까지 10% 경영효율화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제출받아 심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138개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방안에 대해 집중 심의를 하고 있다. 이 중 36개 기관은 정밀 심의를 거쳐 16개 기관으로 통폐합될 모양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강도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지금,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적 조직 운영으로 개혁의 대상이 된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부문은 엄청나게 방만해진 게 사실이다. 일부 공기업의 경우 휘하에 그냥 두어도 무방할 사업부문을 마구잡이로 분사시켜 효율을 떨어트렸는가 하면, 몇몇 국책연구기관도 불필요한 세포분열을 한 예가 적지 않다. 차제에 '신의 직장'으로까지 불리며 국가 예산을 축내온 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반드시 관철해야 할 것이다.

“신성장동력 관련 연구개발 부문까지 일률적으로 가지치기해선 안된다”

이 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해당 기관들의 치열한 로비가 있을 것은 자명하다. 그럴수록 정부는 흔들림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10% 경영효율화 지침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모든 부문에 일률적으로 적용돼 민생이나 국가 발전을 위해 강화가 반드시 필요한 부문까지 도매금으로 구조조정되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된다. 특히 연구개발(R&D)이 주무인 이공계 국책연구기관의 경우 일률적인 10% 경영효율화 적용을 신중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에 따라, 경제 정책 및 산업육성 기조를 여기에 맞추고 있다. 아울러 작년 말 환경·에너지 분야 등 6대 분야 22개 산업에 대한 신성장동력 추진 계획을 확정한데 이어, 지난 13일 '신성장동력 비전 및 발전전략'과 '기초연구진흥 종합계획' 등을 잇따라 발표해 R&D에 대한 공격적 투자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 경우 25개 이공계 국책연구기관의 업무 및 인력 소요는 전보다 외려 늘어나게 돼 있다. 특히 태양열·신재생·원자력 등 에너지를 관장하는 연구기관과 환경 규제 및 원자력 안전 규제 등을 담당하는 연구기관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성장 기조로 잡은 상황에서 그 인프라 역할을 담당하는 연구기관에 대해 이윤 창출이라는 성과를 내야 하는 기관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그 특수성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10% 경영효율화의 궁극적인 큰 목표는 국가 발전과 국익 달성이지 10% 감축지침 그 자체가 아니다. 따라서 이번 경영효율화 작업을 통해 경쟁력 제고를 확고히 추진하되, 그 과정에서 옥석구분(玉石俱焚)의 불상사가 있어서는 곤란하다.

물론 이것저것 다 헤아리다 경영효율화 추진이 무위로 끝나서도 안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관계 당국은 정교하게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기 바란다.

논설위원 윤재석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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