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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미네르바 영웅 만들기


상품 판매 전략에 소음, 즉 말썽을 일으켜 광고하는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라는 게 있다. 연예인들이 세인의 주목을 받기 위해 일부러 스캔들을 만드는 것도 이의 한 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모씨 경우도 노이즈 마케팅의 성공사례라 할 것이다. 그는 경제 상황에 관해 정부 정책을 비웃는 상상 밖의 주장으로 많은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등장했고, 일부 예측인지 예언인지가 맞아떨어짐으로써 한다하는 언론과 경제학자들로부터 "경제 대통령"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스타로 부상했다.



노이즈 마케팅에 일조한 정부



그러다가 정부가 정색하고 그와 다툼으로써 그는 한국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거물로 성장했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사력을 총동원하여 미네르바의 베일을 벗기고 구속까지 함으로써 그를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인물로 키웠다. 그는 지금 친정부와 반정부 간 공방의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것은 물론이고, 세계의 언론들이 표현의 자유 및 책임과 관련하여 예의주시하는 인물이 돼 버렸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본의 아니게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줬고 부지불식간에 그의 노이즈 마케팅에 일조한 셈이다.

정부의 미네르바 구속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정부로서는 "사실 아닌 내용을 갖고 혹세무민함으로써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며 경제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그를 방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유사한 일들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논란 중인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을 위해서도 "미네르바의 폐해"를 최대한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기자는 그의 구속으로 정부가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더 많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선 정부의 신뢰가 한 익명의 인터넷 논객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광고하는 꼴이 아닌가 싶다. 검찰은 그를 구속하면서 정부의 입장과도 다르고 사실이 아닌 그의 글 하나로 20억달러의 국고 손실이 있었다고 했는데, 이게 신뢰받는 정부, 정상적인 사회라면 있을 법이나 한 일인가. 사건을 지켜보는 일부 세계 언론들의 시선에서도 코미디를 본다는 기분 비슷한 게 느껴진다.



법 만능주의와 約法三章



검찰의 법 해석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법원도 두 번의 심사에서 그의 구속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으니 그의 범법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익명의 사이버 테러나 허위사실 유포를 허용하자는 얘기도 아니다. 그를 경제 대통령으로 치켜세우며 정부를 깎아내리던 이들의 경박함을 옹호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다만 정부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많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가 실정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그의 실체와 주장의 허구만 알렸으면 일과성 해프닝으로 그칠 수도 있었을 문제를 정색을 하고 대응함으로써 모기 보고 칼 빼든 격으로 일을 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한(漢) 고조 유방은 진(秦)을 멸한 뒤, 법을 비판만 해도 엄벌하는 등 혹독하고 복잡한 법에 시달리던 진의 백성들에게 살인과 상해·절도죄를 처벌하는 외에 진의 나머지 법은 모두 폐한다고 약속함으로써 민심을 모았다. 이른바 약법삼장(約法三章)이다. 물론 오늘의 복잡한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는 얘기다. 그러나 법이면 해결 못할 게 없다는 법 만능 사고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엄격한 법을 들이대고, 마땅한 법이 없으면 새로 만들려는 위정자들이 한번쯤 돌아볼 고사다. 나라를 경영하는 데는 법도 중요하지만 때론 정치가 그 상위 개념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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