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용애 (3) 아프리카 생활 불만… 선교 사명 잠시 망각

[역경의 열매] 김용애 (3) 아프리카 생활 불만… 선교 사명 잠시 망각 기사의 사진

"하나님. 이렇게 거짓이 판치는 곳에선 올바른 선교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저를 한국으로 보내주세요. 전 아는 것도 많고 하나님께서 주신 재주도 많잖아요? 원시적인 흑인들에게는 아무것도 활용할 수 없어요. 다시 한국으로 보내주시면 다방면에서 효과적으로 하나님을 섬기겠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해 달라고 울며 기도했다. 연일 짜증의 연속이었다. 기도를 드린 며칠 후, 한국 교회에서 부흥 집회에 초청한다는 연락이 왔다.

'옳다, 됐다. 이번 방한기간 어느 한국 교회나 선교단체에서 선교적인 일을 제안하면 선교지를 한국으로 옮겨야지.'

알고 지내온 백인 친구들에게도 단단히 인사를 해 놨다.

"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이것은 네가 가져. 저것은 네가 갖고…."

남아공 생활을 혼자 정리해 버린 것이다. 하나님께 내 사역을 일방적으로 통고한 셈이 됐다.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타 아프리카 대지를 창밖으로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결코 이 땅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런데 이상했다. 한국에 도착해 바쁘고 신나게 한참을 지내는 동안 아무런 제안이 없었다. "한국에 오면 할 일이 많은데 왜 거기서 썩고 있느냐"고 말했던 사람들도 모두 조용했다. 방문 2주째부터는 울음보가 터졌다.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것보다 더 슬픈 건 하나님이 날 외면하신 것 같았다. 서러움이 밀려왔다.

하는 수 없이 아프리카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출국 이틀 전, 부모님께 인사하러 대전으로 내려가며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고속버스를 탄 채 훌쩍훌쩍 울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환상이 펼쳐졌다.

환상 무대는 아프리카였다. 백인 부부가 개학을 맞아 어린 딸을 학교 기숙사에 데려다주려고 짐을 챙겨 차에 싣고 딸을 데리러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어린 딸은 방바닥에 뒹굴며 기숙사에 가지 않고 엄마랑 아빠랑 집에서 함께 살고 싶다고 발버둥치며 울고 있다. 부모는 방 문턱에서 울고 있는 철부지 딸을 내려다보며 측은하고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하나님은 이 부모의 마음이고 나는 이 멍청한 딸이라고 자각되면서 눈물이 딱 멎었다. 이젠 회개의 눈물이 터졌다.

"하나님. 선교사로서의 역할을 망각한 저의 죄를 용서해 주세요. 아프리카로 돌아가겠습니다."

아프리카로 돌아온 며칠 후 하나님께서 기도 가운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네 지식과 재주가 필요하지 않다. 흑인들이 도둑질하고 거짓말하는 것은 더구나 네 소관이 아니다. 나는 그들이 지옥 가는 것을 원치 않고 천국에 오기를 원한다. 복음을 전하라. 내 백성이 네 백성이고 내 자녀가 네 자녀이니라."

새로운 사명이 생겼다. 오직 한 가지 주님 앞에 섰을 때 "주님. 최선을 다했습니다"라고 보고 드리는 것이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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