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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동 칼럼] 소통이 안 되는 전직 대통령

[한석동 칼럼] 소통이 안 되는 전직 대통령 기사의 사진

설마 대선 패배의 응어리 때문이기야 할까. 새해 들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거푸 쓴소리를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마니아 지지자들이면 모르겠으되 건전한 상식을 가진 보통의 한국민이면 이 총재 말에 특별히 보태고 빼라고 할 것이 없지 싶다.

며칠 전 이 총재는 "대통령이 됐으면 성실하게 해야지 왜 못해먹겠다고 했는지 묻고 싶은 부분이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을 소통이 안 되는 사람 1위로 지목했다. 다변에다 말을 잘하기도 했던 노 전 대통령은 형 노건평씨가 지난달 초 비리혐의로 구속된 뒤부터 침묵모드로 돌아섰다. 이 고요가 얼마나 오래 갈지, 무슨 깊은 사연이 있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라는 그만큼 조용해졌다.

현재로서 남북관계에 관한 한 소통이 안 되기로는 김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의 최근 일련의 발언을 보자. 지하자원, 관광, 노동력 등에서 북한은 노다지와 같다는 주장이 우선 그렇다. 현 정권이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내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광범위한 민주연합을 결성해 현 정권의 민주주의 역주행을 저지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6·15선언 10·4합의 수용을 전제로 이명박 대통령 측근을 특사로 보내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것도 한가지다.

"남한을 볼모로 전면대결을 선언한 北…
누울 자리를 어련히 알고 했겠는가"


이회창 총재는 "어떻게 전직 대통령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발언을 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과거의 선언이나 합의에 문제가 있으면 후임정권이 수정 변경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며 "제발 전직 대통령은 가만히 있는 게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이 첫 단추를 잘못 꿰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고 핵보유국 행세를 한다고도 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일탈이 과하다 싶더니 북한정권이 결국 '전면대결태세'를 선언했다. 남한을 볼모로 삼은 이 적반하장이 바로 그 짝이다. 망동의 목적과 배경에는 남남갈등을 부채질하고,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서 남한의 국가신인도를 흠집내 대남 압박을 가중하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앞서 북한정권은 관영매체들을 통해 발표한 올해 신년사에서 이미 "남조선 인민들은 보수 당국의 파쑈 통치를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려라"고 선동했다.

그들은 서해를 지키는 우리 해군을 지칭해 괴뢰해군함정들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협박도 했다. '괴뢰'한테 얻어먹는 주제에 이렇게 경우없는 짓이 있는가. 지나간 좌파정권 10년간 남한이 정부재정과 민간자본을 합쳐 대북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기반조성, 경협대가 등으로 지출한 돈은 약 3조5000억원. 남북한 간 거래가 국제상궤를 벗어난 것이고 논란의 소지도 없지 않으나 북한에 건너간 돈 총액이다. 축소됐지만 경협과 인도적 지원은 지금도 계속중이다.

이 마당에 민주당은 남북한 정부를 싸잡아 양비(兩非) 논평을 내놨고, 민노당은 남한 정부에 줄곧 6·15선언과 10·4합의 이행만 촉구한다. 북한이 어련히 누울 자리를 알고 그랬겠느냐는 짐작이 간다. 혹시 김 전 대통령마저 현 정부가 전면대결의 빌미를 제공했고,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더니 통미봉남(通美封南)까지 자초하지 않느냐고 개탄하고 있을까.

전직 대통령이 만인의 존경을 받는 것은 모두의 소망이다. 나라의 어른으로서 역할하는 것 또한 반가운 일이다. 다만, 과도한 '훈수'는 팍팍한 삶에 지친 국민을 더 고단하게 만든다. 그것은 노추(老醜)다. 현실정치는 후배들에게 맡기는 것이 예의다.

편집인 jerome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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