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유호열] 오바마 정부와 한반도

[시론―유호열] 오바마 정부와 한반도 기사의 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제44대 대통령의 취임은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감격 만큼 미증유의 위기 속에 새로운 미국과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겠다는 그의 리더십과 역량에 대한 기대 또한 크게 한다. 오바마 정부는 당면한 경제위기와 중동사태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함은 물론 무엇보다 무너진 미국의 위상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 이후 주요 국제 현안들을 일방주의 방식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저지하지 못했다.

오바마 정부는 21세기 복잡한 국제현안을 스마트 파워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한다. 이제 세계 각국은 오바마 정부가 군사 및 경제력 등 하드 파워뿐만 아니라 외교나 문화 등 소프트 파워를 적절히 배합하여 소통과 협력을 통해 갈등과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각자 자국의 이해관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기대되는 스마트 파워

한반도에서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 외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의 새로운 리더십뿐 아니라 남북한의 특수성에 대한 성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먼저 오바마 정부가 '제3기 클린턴 행정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벌써부터 북한 당국은 오바마를 상대로 치밀하고 집요한 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다. 2단계 핵불능화조치의 핵심 사항인 검증문제에 의도적인 난관을 조성하고, 외무성 대변인은 대미관계 정상화와 핵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에서 강력한 핵보유 의지를 천명했다. 그런가 하면 오마바 대통령 취임 직전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군복을 입고 TV에 나와 "남북간 전면대결상태 진입"이라는 공갈·협박을 서슴없이 떠들었다.

북한의 잇단 강경발언이 과거 클린턴 행정부를 상대로 소위 '벼랑끝 전술'과 '통미봉남전략'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북한 지도부의 왜곡된 평가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봉책이었던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 때와 달리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는 오늘의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더욱 스마트해져야 한다.

다음, 북한의 실상에 관심을 기울이되 한반도의 장래 사태에 대비하여 한국 정부와의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은 올해 집단주의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제2의 천리마운동을 제창하고 나섰다. 만성적인 경제난과 함께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통한 체제 이완 문제, 그리고 김정일 이후의 후계구도 등 복잡한 대내문제를 주민동원과 사상 및 조직통제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김정일 와병설과 함께 제3의 붕괴위기가 도래할 시점에 스마트 파워의 진면목을 보여줘야 한다. 북·미관계 정상화가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선물이 아니라면 오바마 정부는 스마트 파워를 발휘해 최악의 인권유린국가인 북한에서 노예해방선언과 같은 결실을 맺도록 진정성있게 추진해야 한다.

한·미관계 더욱 성숙돼야

마지막으로 한반도문제 해결과 함께 한·미 양국관계가 더욱 성숙되어야 한다. 벌써부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 가능성이 거론되고 방위비 등 한국의 군사비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는 데는 전통적 가치의 복원과 함께 전통적 우방과의 신뢰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2년 여중생 사망과 2008년 미국산 쇠고기수입으로 야기된 촛불시위에서 드러난 반미정서를 극복하는 데 한·미 양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1세기 동맹관계의 새로운 비전을 확립하고 주변 강대국들인 일본,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과 대화를 제도적으로 구축하는 데 미·일, 미·중관계 못지않게 한·미 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향후 한·미관계의 성숙 발전에도 오바마정부의 스마트 파워가 기여할 수 있기 바란다.

유호열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