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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손수호] 선물의 사회학


위키피디아에서 밝히는 선물의 조건은 세 가지다. 전달의 의도가 있어야 하고, 점유 이전이 이루어져야 하며, 받는 이가 수락해야 한다. 하나마나한 소리같지만 이 과정이 자못 미묘하다. 나눔의 뜻과 세련된 이전방식, 수락자의 태도에서 선물의 성패가 판가름난다.

선물의 기능 가운데 으뜸은 의사 전달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눈에 보이는 물체에 담는다. 다이아몬드는 청혼, 카네이션은 감사, 거북 모양 물건은 장수의 의미를 내포하듯이.

메시지 간에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자명종을 선물했다고 치자. 남자는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자신을 떠올리라는 뜻이었는데도 여자는 자신의 게으름에 대한 주의로 해석했다.

가장 예민한 것이 선물의 경제적 기능이다. 경제학자 랠프 에머슨은 "선물은 교환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로 봤다. 아무리 순수한 마음이라고 해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할 때 성적인 화답을 기대하는 반면 여자는 이타적 사랑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김정주 '우리는 왜 선물을 주고 받는가').

요즘엔 돈으로 선물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스스로 물건을 고를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이상적인 선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과정을 생략한다는 점에서 선물과 다르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이런 메시지로 읽힌다. "당신에게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었어요." 좋은 선물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담긴다."이 안에 담긴 시간과 에너지, 노력이 당신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입니다."

중간지대도 있다. 물건도 아닌 것이, 돈도 아닌 것이 상품권이다. 잘못된 선택에 따른 실패의 위험을 줄이면서 현금이 지닌 노골성을 완화시킨다. 돈이 든 물건이든 제공자의 탁한 의도가 개입하는 순간 그것은 선물에서 뇌물로 전락한다. 선물과 뇌물의 중간영역에 자리잡은 것이 '업무상 선물(business gifts)'이다.

설날을 앞두고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선물은 인간끼리만 통용되는 우수 발명품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작은 선물에 정성을 담아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명절이 되면 좋겠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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