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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진홍] 관타나모 수용소


한 국가의 영토이지만 다른 국가 영토에 둘러싸인 영토를 비지(飛地)라 부른다. 미군기지가 있는 관타나모도 비지에 속한다.

관타나모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1000㎞ 떨어진 남동쪽 끝부분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미국이 사실상 소유하게 된 계기는 18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바나항에서의 미 군함 격침사건을 빌미로 미국은 당시 쿠바를 점령중이던 스페인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관타나모에 기지를 건설했고, 결국 수개월 만에 승리했다. 이를 통해 독립을 달성한 쿠바는 1903년 관타나모를 미국에 영구 임대한다는 조약을 미국과 체결했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해외기지가 탄생한 순간이다. 이 조약에 따라 미국이 매년 임대료로 쿠바에 내는 돈은 금화 2000개(4085달러 상당)에 불과하다. 중남미 전략 수행의 요충지를 미국은 거의 공짜로 얻은 셈이다.

미국은 기지 일부를 쿠바와 아이티 난민을 수용하는 데 써오다가 9·11 테러 사건이 터진 이후에는 테러 용의자들을 수용 및 심문하는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700여명이 거쳐갔고, 지금도 240여명이 갇혀 있다고 한다.

관타나모 수용소가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02년 11월 수용소 사진이 공개됐을 때다. 손과 발이 묶이고, 눈과 귀는 가려진 채 주홍색 수의를 입고 무릎꿇려진 수감자들 모습은 충격이었다. 이들에게는 변호사 접견권도 허용되지 않아 인권을 주창하는 미국의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비난이 쏟아졌다. 2006년에는 테러 용의자로 오인받아 관타나모 수용소까지 끌려가 2년간 억류됐던 파키스탄계 영국인 3명의 실화를 다룬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져 구타와 고문 등 인권 유린문제가 다시 한번 국제사회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렇듯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 문제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곳을 1년 이내에 폐쇄토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관타나모 수용소에서의 군사재판이 중지됐고, 수감자들은 석방되거나 출신국 또는 미국내 다른 수감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다. 오바마의 결정을 환영한다. 수감자들에게 어떤 형태의 재판을 받게 할지 등 남은 과제들을 정밀하게 풀어나가기 바란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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