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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길―김기태] 북피니시 운동 아세요?

[문화의 길―김기태] 북피니시 운동 아세요? 기사의 사진

'이 책은 어르신들의 독서 편의를 위하여 저작권자와 출판사의 이용 허락을 얻어 별도로 제작한 대활자본입니다.'

충북 제천시가 시립도서관을 통해 비매품으로 발간하고 있는 '대활자본' 표지 상단에 새겨진 문구다. 대활자본이란, 말 그대로 판형과 본문 활자가 일반 도서보다 큰 책을 말한다.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들이 책을 읽기 위해 돋보기를 들이대는 불편을 덜어드리기 위한 배려다.

제천시는 작년 4월 이른바 '책세권(冊勢圈) 제천' 브랜드를 선포했다. '책세권'이란 "모든 시민이 책을 읽고 싶을 때 언제든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책과 멀리 있는 시민도 자연스럽게 책을 이용할 수 있는 마음이 행동으로 옮겨지도록 유도하며,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 활성화와 함께 책이 있어 시민 모두가 항상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다.

그 중 장기 비전의 하나로 시민 7000명 당 1개의 도서관 건립과 100만권 도서검색 시스템 구성 등 책세권 도시로서의 기반 구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각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실제로 시는 그동안 시립도서관 외에도 전국 유일의 여성전용 도서관과 의병전문 도서관, 전국 두 번째로 개관한 기적의 도서관 등 다양한 도서관 시설 구축과 내실 있는 자료 확충으로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독서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이 국민일보가 주도한 뒤 사회운동으로 자연스럽게 정착된 '북스타트 운동'이다. 북스타트 운동은 생후 1년 미만의 영유아에게 그림책을 무상으로 선물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아이가 책을 읽게 하는 데 주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장난감 삼아 친숙하게 놀 수 있도록 권장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책과 함께 삶을 시작하면서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리게 하고,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서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운동으로, 현재 서울뿐 아니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의해서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제천시가 벌이고 있는 대활자본 보급 사업은 '북피니시 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삶의 시작 단계에서 책을 만나는 일이 중요했듯 열심히 살아 온 인생을 정리해야 할 시기에도 책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 것 또한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닐까. 물론 대활자본 보급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눈은 어두워졌지만 귀는 밝은 어르신들을 위한 오디오북 서비스를 비롯, 출판사에 의한 전문적인 노인용 도서로서의 실버북 발행 사업도 필요하다.

특히 어르신들이 읽고 싶어하는 콘텐츠를 발굴하여 직접 읽어드리는 봉사 활동에 우리 젊은이들이 적극 나선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즈음 '책 읽어주는 남자' 혹은 '책 읽어주는 여자'들이 각광받는 곳은 어린이 시설이다. 동화구연가라는 버젓한 직업이 그것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을 위한 낭독 봉사는 아직 낯선 일이다. 그뿐인가. 시각장애인 시설에서 오디오북 제작을 위한 녹음 봉사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지만 정작 자신의 늙은 부모를 위해 책 한 줄 읽어드리는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이참에 조선시대 민중독서의 길잡이였던 전문 낭독가 '전기수(傳奇?)'의 부활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아무쪼록 청풍명월의 고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대활자본 제작 사업'이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희망한다.

김기태(세명대 교수·미디어창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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