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소통,기교 부릴 필요 있나 기사의 사진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한 TV 방송에서 패널 4명과 '원탁대화'를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힌다고 예고됐다. 그러고 보니 벌써 취임 1년이 가까워온다. 그런데 '경제대통령'으로서 뚜렷한 실적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한 해 동안 갖가지 악재에 시달리는 모습만 드러냈다.

임기 5년에서 첫 1년은 정말 중요하다. 국민적 기대를 모아 대통령으로서의 국정 장악력과 정치 주도력을 확보하고 확인시켜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2년이다. 임기 4년차에 들어가면 벌써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5년째는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하기조차 힘에 부치게 되고 만다.

유감스럽게도 이 대통령은 임기 첫 해에 기선을 잡는 데 실패한 인상을 준다. 조각에서부터 민심의 저항에 부닥뜨렸다. 뒤이어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해일처럼 덮쳤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지만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되지는 못했다.

그렇더라도 경제 상황이 호전되었다면 이 대통령은 다시 지지율을 높이면서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오히려 위기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있었다. 미국 발 금융위기 앞에서 정부의 허세는 말 그대로 당랑거철(螳螂拒轍) 격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12월의 이른바 '입법전쟁'을 거치면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정치적 무능을 한껏 드러냈다. '스스로 10년 만에 탈환한 정권'이라고 으스댔으면서도 1년이 채 안 돼 심각한 노쇠현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제대로 되는 게 없었던 1년

새해 들면서 정부는 개각과 이른바 권력기관장의 인사를 통해 분위기를 일신하려 했지만 용산 철거민 화재참사라는 엄청난 사태로 무색해지고 말았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말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1년이었던 셈이다(농성현장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화마에 목숨을 앗긴 것은 참담 그 자체다. 이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투쟁, 목숨을 건 임무 수행이었다는 점에서 마음이 더 아려 온다.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처지도 딱하기 이를 데 없다. 청장으로 내정된 상태에서 그런 일을 겪다니. 이렇게 좌절하게 되면 경찰 전체가 무기력해질 것 같아 그것도 마음 아프다).

지금쯤은 순항고도에 올라 있어야 할 정부가 출력 부족으로 아직도 이륙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격이다. 누구보다 이 대통령의 마음이 더 답답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지난 시간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많이 허비했지만 아직 절망적으로 늦어진 것은 아니다. 만회할 시간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의지와 기술의 부족인 듯하다. 지시형 리더십이 몸에 밴 데다 자기 과신까지 겹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전시의 지휘관에게는 오히려 바람직한 리더십이다. 그러나 평화시, 그러니까 치세의 정치·행정 지도자에게는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대통령에게 아우름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소망스러운 때이다. 그리고 이는 적극적인 소통의 의지와 노력에서 나온다.

직설화법으로 국민 만나야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이 원탁회의니 뭐니 해가며 멋을 부리려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이 대통령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방식이다. 이런 게 바로 수식변폭(修飾邊幅)이다. 중요한 것은 기교가 아니라 진정성이다. 무엇보다 현 시점은 그런 여유를 부려도 좋은 때가 아니다. 경제적으로 말하자면 정말로 엄중한 시기다.

이 대통령에게 이런 상황에서 어울리는 소통의 방법은 가능한 한 자주 기자회견을 갖고 소상히 자신의 정책 목표와 의지와 방법을 직설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진정을 다해 국민에게 알리고 호소하고 협력을 구하는 자세가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명박답지 않은 장면'을 연출해서는 득보다 실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논설고문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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