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현실 도피보다 떳떳한 도전… ‘나는 죽지 않겠다’ 기사의 사진

나는 죽지 않겠다/공선옥/창비

6편의 단편 속 주인공 통해 파견근로 등 사회문제 고민

어려운 집안 형편을 속이고 여자 친구를 사귀는 고교생, 술주정 부리는 엄마를 원망하며 집을 뛰쳐나갔다 덜컥 임신을 하고만 여고생….

작가 공선옥의 청소년 소설에 낭만은 없다. 대신 엄중한 현실이 가로놓여 있다. 6편의 단편 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생활고와 연애문제, 가족 문제로 갈등하고 고민하지만 한편으로 이들이 부딪히는 현실은 청소년기에 누릴 수 있는 빛나는 경험들이다.

표제작은 반장을 대신해 불우이웃 성금을 급우들로부터 거둔 주인공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엄마에게 갖다주고 궁지에 몰리게 되는 이야기다. 강가에 와 자살까지 생각하지만 그는 곧 도피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나는 죽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무엇이 부끄러운가. 그러나, 부끄러움의 정체를 나는 굳이 알아보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뛰는 것뿐. 아침 햇살이 마악 퍼지기 시작하는 세상 속으로 나는 달려나갔다."(34쪽)

소설 속 주인공들은 청소년이지만 그 아우라는 파견근로, 비정규직 등 사회 문제와도 얽혀 있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힘센 봉숭아'의 주인공은 월급을 제때 주지 않는다며 알바를 하는 '아줌마 떡볶이집' 앞의 봉숭아 화분에 발길질을 해단다. 그러나 발길질 덕분에 주인공의 의식은 파견근로자인 엄마, 실직자인 아버지, 그리고 임금 노동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로까지 의식을 확장해간다.

"아버진 새로운 일거리를 끝내 못 찾은 모양이다. (중략) 돈이 돈이 아니라 왠지 자꾸만 눈물로 보인다. 저 돈 때문에 내가 울고 아줌마가 울고 엄마가 울고 아버지가 운다. 돈 때문에 울지 않는 건 무엇일까."(118쪽)

작가는 "모든 어른은 청소년 시기의 감성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늙어가는 것만 같다"면서 "이 글을 쓰면서 그 감성의 최대치를 기억해내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렸다"고 말했다.

정철훈 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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