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데즈카 오사무 유고 산문집 ‘아톰의 슬픔’ 기사의 사진

과학·인간의 소통 단절
아톰이 전하려는 메시지


지금 일본 열도는 '우주소년 아톰'의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1928∼1989·사진) 바람이 불고 있다. 20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700여권의 만화와 60여편의 애니메이션을 재조명하는 추모행사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톰이 활약할 21세기를 보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지만 유작 산문집 '아톰의 슬픔'(문학동네)은 아톰을 통해 그가 이루고자 했던 꿈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아톰이 인간이 되고 싶어 학교에 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수학 문제는 순식간에 풀어버리고 운동 실력도 월등히 뛰어납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아톰은 엄청난 소외감을 느끼지요. 그 소외감과 슬픔을 아톰이 혼자 빌딩 위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과학의 힘이라는 점만 부각되었습니다. 너무도 유감스러운 일이지요."(24쪽)

그는 "'우주소년 아톰'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과학과 인간의 소통 문제였다"라면서 "오늘날 소통의 문제는 지구와 인류 사이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적시한다. 또한 그는 자신이 창조한 아톰과 독자들이 인식하는 아톰 사이의 괴리에 대해 유감을 드러낸다. 그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로봇인 아톰을 통해 과학 발전에 따른 인간 소외와 차별, 환경파괴와 소통 단절의 문제를 다루고자 했지만 사람들은 그저 십만 마력의 절대적인 과학의 총아 '아톰'에게 열광할 뿐이라는 것. 그는 과학과 개발의 폭주를 경계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인 아톰이 도리어 과학의 아들로 추앙받는 주객전도의 상황에 대해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우주소년 아톰'은 그런 작품이 아닙니다. 나는 자연과 인간성을 외면한 채 오직 진보만을 추구하며 질주하는 과학기술이 사회에 얼마나 많은 균열과 왜곡을 가져오고 얼마나 많은 차별을 낳는지, 또 인간과 모든 생명에 얼마나 무참한 상흔을 남기는지를 그리고 싶었습니다."(22쪽)

오늘날 지구촌을 뒤덮고 있는 대량 실업의 진원지가 기술 진보에 따른 생산설비의 자동화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그의 지적은 섬뜩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나아가 그는 전쟁을 겪으며 자란 세대로서 점령군과의 갈등이나 일종의 문화 충격에서 '우주소년 아톰'의 모티브를 찾았다고 고백한다.

"당시 일본인은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점령군도 일본어를 몰랐습니다. 여기에서 문화적인 단층이 생겨난 것인데 로봇과 인간도 아무리 소통하려 해도 결국은 기계와 인간일 뿐이지요. 그래서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아톰과 같은 존재가 필요했습니다. 즉 아톰은 내 젊은 시절의 사회정세 속에서 탄생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23쪽)

더불어 그는 오늘날 현대인들의 모습에서 지구의 종말을 앞당길 위험한 징후들을 발견한다. 무차별적인 개발위주의 정책과 아이들끼리의 경쟁을 조장하는 교육이 연약하고 파괴되기 쉬운 지구와 그 위에서 살아가는 인류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 사람들은 그를 천재적 거장으로 기억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은 독자들의 인기투표에도 늘 불안해하며 평생을 신인 같은 마음으로 살았노라고 고백한다.

40년 동안 작품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이른바 주류라 불리는 것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스스로 채찍질하며 버텨왔다는 그는 "만화는 반역적인 것"이며 "모험이란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맞서 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주소년 아톰'은 과학기술의 아들이 아니라 한 반전 평화주의자의 정신적 아들이었던 것이다. 그게 20주기를 맞아 불고 있는 데즈카 오사무 바람의 진실이다.

정철훈 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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