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100개의 섬에서 만난 사람들 진솔한 인생사… ‘섬을 걷다’ 기사의 사진

섬을 걷다/강제윤/홍익출판사

한국에는 4400여개의 섬이 있다. 그 가운데 사람이 사는 섬은 500여개. '보길도에서 온 편지' '숨어 사는 즐거움' 등을 펴낸 떠돌이 시인 강제윤이 10년 동안 사람 사는 모든 섬을 걸어갈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최근 3년간 100여개의 섬을 걸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로 떠난 섬 여행에서 시인은 그곳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거제 지심도에서 출발해 신안 임자도와 제주 마라도를 거쳐 대천 외연도와 강화 석모도에 이르는 길에서 시인은 숱한 삶의 스승을 만났다. 잠수를 해서 잡아온 성게를 까던 팔순의 가파도 해녀, 자식들을 위해 학꽁치를 손질하던 거문도 할머니, 갯벌에서 망둥이를 잡던 비금도 할아버지 등 이들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나침반이었다.

"사람이 섬에 와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풍경일까, 휴식일까, 싱싱한 해산물들일까.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하지만 이들은 섬에 오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지 오롯한 자신의 것은 아니다. 섬에서는 걸음에 몸을 맡기고 생각은 자유를 얻는다.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한 생각이 오고 한 생각이 간다."(경남 통영 연화도에서)

"하동포구 바다와 정면으로 마주선 집들의 돌담은 튼튼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허술하기 그지없다. 돌담은 구멍까지 뚫려 있다. 어떻게 저 혼자 있기도 위태로워 보이는 돌담이 거친 해풍을 막아내며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것일까? 섬사람들은 바람을 거스르고는 살 수 없어 바람이 지나갈 샛길을 만들어 주고 바람과 함께 살아간다."(제주 가파도에서)

시인은 우리가 섬으로 가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외래 문명의 유입으로 원형질을 잃어가고 있는 섬. 시인은 머지않아 이 나라 대부분의 섬이 사라질지 모른다고 예감한다. 다리가 놓이면 섬은 더 이상 섬이 아니기 때문이다. 끝내 소멸해 버릴지도 모를 섬들과 그 풍광들을 포획하기 위해 시인은 오늘도 걷는다.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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