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불황… 그림값도 ‘추풍낙엽’ 기사의 사진

작년,낙찰 상위 10위 ‘블루칩 작가’ 1년새 3분의 1 추락

'추락하는 미술시장엔 날개가 없다.'

지난해 미술품 경매 시장을 둘러싼 불황의 늪이 얼마나 깊었는지가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입증됐다. 2007년의 경우 각종 옥션사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구매 붐이 일 정도로 시장이 최대의 호황을 맞았지만, 2008년에는 주요 작가들의 작품 낙찰 개수, 거래율, 가격 등 모든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새해 들어서도 침체를 벗어날 기미는 그다지 보이지 않아 미술인들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상태다.

본보가 1일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서 단독입수한 '2008 작품가격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매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낙찰 상위 10위 내 '블루 칩' 작가들의 낙찰 총액은 지난해 223억6359만원이었다. 그러나 전년도만 해도 상위 10위 총액은 697억6369만원에 달했다. 애호가 및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블루 칩 작가들의 시장 규모마저도 1년 만에 반 토막을 넘어 3분의 1 토막이 나 버린 것이다.

화단을 대표하는 개별 작가들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서양화가 이우환은 경매시장 1위를 고수하는 독보적인 존재다. 하지만 2007년에는 116점, 총 215억9740만원 어치를 팔았던 반면 지난해에는 59점, 106억2500만원에 그쳤다. 일본에 거주하면서 한국의 추상회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원로작가 이우환은 국내에서 미술경매가 시작된 최초 시점부터 지금까지 경매 역사를 이끌어 온 가장 중요한 작가로 꼽힌다.

2년 연속 3위를 지킨 김종학 역시 2007년에는 113점, 97억4170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가 지난해에는 57점, 23억6480만원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낙찰 총액 변동률 순위를 보면 판매액 상위 100명 중 낙찰 가격이 상승한 작가는 11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2007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술시장 경기는 특히 지난해 가을경매 때부터 가파르게 하강곡선을 그려 종전 70∼80%를 웃돌던 전체 낙찰률이 60%대까지 내려갔고, 결국 연말에 열린 K옥션과 서울옥션의 경매 결과는 50%를 간신히 턱걸이하는 지경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미술시장 경기하락의 원인으로 우선 미국발 금융위기를 전후한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주범으로 지목된다. 외부 환경 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는 시장 내부적 요인으로는 지나친 투기심리 확산, 극소수 인기 작가에 편중된 구매 현상, 불투명한 시가 감정 체계로 인한 거품 가격 초래 등이 꼽힌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고윤정 팀장은 "무엇보다 신뢰받는 공정한 작품가격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리적인 투자 대상으로서 미술시장의 생명력이 길어지고 안정성도 확보될 수 있다"며 "화랑가에서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적극 발굴해 인기 작가에만 집중된 양극화 현상을 타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을 받은 이 협회는 전국 12개 도시에 조사팀을 구성해 국내·외 모든 옥션, 아트페어, 개인전, 단체전 등에서의 미술작품 경매 결과를 집계하고 있다.

김호경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