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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용산 참사,두 눈으로 보자

[백화종 칼럼] 용산 참사,두 눈으로 보자 기사의 사진

사람은 오른쪽 왼쪽 두 개의 눈으로 사물을 봄으로써 입체감과 원근감을 갖는다고 한다. 두 개의 눈이 각각 사물을 보면서 생기는 각도로 그 사물이 어떤 형태로 이뤄졌으며 얼마나 멀리 있는가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두 눈을 통해 정상적인 입체감과 원근감을 가져야만 사물에 대해 올바른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는 두 개의 눈으로 보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모두가 오른쪽 또는 왼쪽 눈을 가리고 한쪽 눈으로만 본다. 사물이 입체가 아닌 평면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놓고 보이는 한 면이 사물의 전부라고 우긴다. 그런 이들은 자기만 그러는 것으로는 모자라 다른 사람들의 한쪽 눈도 가리면서 다른 한쪽 눈으로만 보라고 강요한다.

6명의 희생자를 낸 용산 철거민 참사의 책임공방이 예정됐던 코스인 양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이념투쟁으로 확대됐다. 정권을 잡고 있는 보수 세력은, 참사는 유감스런 일이지만 차제에 공권력의 존엄성을 확립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정권을 흔들려는 좌파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태세다. 그래서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건 농성 중이었던 철거민 쪽이며, 경찰은 치안을 위해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사태 발생 후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처리를 놓고 보여준 청와대의 분위기가 그렇고, 검찰의 수사 방향도 그러한 느낌을 준다.

반대편의 민주당 등 야당과 진보적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과잉 진압 등 공권력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보수 정권을 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는 듯한 태도다. 지난해 봄 미국 쇠고기 수입을 놓고 촛불집회로 갓 출범한 정권에 일격을 가했던 그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공권력에 맞서고 정권퇴진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살인정권" "8월 시한부 정권" 운운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 할 것이다.

용산 참사가 이 같은 이념 투쟁의 대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정권 퇴진 투쟁에 돌입한 진보 세력의 태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지 모르겠다. 또 이 문제를 "좌파 세력의 준동"으로만 보고 대처하려는 보수 세력의 접근 방식이 이념 대결을 격화시킨 측면이 없지 않은 듯싶다.

더욱이 유감인 것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 투쟁 과정에서 두 세력이 두 눈으로 사태를 입체적으로 보려하지 않고 한쪽 눈으로 한 면만 보려 한다는 점이다. 보수 쪽은 철거민 쪽의 불법성만을, 진보 쪽은 경찰의 과잉 진압 측면만을 보려 하고 이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사람들의 두 눈이 되어야 할 신문들마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독자들의 한쪽 눈을 가리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문이 이념에 따라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거야 탓할 일이 아니지만, 주장을 펴기 위해 있는 사실까지 덮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를 떠나 위정자들과 언론들은 두 눈을 가지고 이번 사태를 봐야 해결책이 보인다. 농성자들의 불법행위와 경찰의 과잉 진압 양쪽을 다 봐야 한다는 얘기다. 한쪽 눈만으로 볼 경우 설득력이 없을 뿐더러 사태를 장기화시킬 뿐이다.

중국 설화에도 외눈박이 물고기라는 게 있는데, 두 눈을 가져야만 살아 갈 수 있어 암수가 항상 같이 붙어 다닌다고 한다. 두 눈으로 보라는 게 창조주의 뜻이다.

백화종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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