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신종수] 신지애가 강한 이유 기사의 사진

미셸 위(20)와 신지애(21)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미셸 위는 183㎝의 장신이다. 뛰어난 유연성을 바탕으로 아크가 큰 역동적인 스윙은 경이롭다. 화려한 외모와 플레이 때문에 대회 때마다 갤러리들을 몰고 다닌다.

신지애는 156㎝의 단신이다. 단단한 하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보디턴 스윙을 하지만 화려하지는 않다. 둥글둥글한 외모에 귀염성이 있지만 갤러리를 몰고 다닐 정도는 아니다.

환경도 다르다. 미셸 위는 나이키와 소니로부터 1000만달러의 후원을 받았다. 손꼽히는 티칭 프로인 데이비드 레드베터 등으로부터 세계 최고수준의 레슨을 받아 왔다. 미국 골프계에 축적된 골프 관련 노하우는 엄청나다. 과학과 경험이 응축된 티칭 프로그램 중에는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결코 가르쳐 주지 않는 비밀도 많다. 최경주와 박세리도 일찍 미국에 건너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지 못했다면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신지애는 최근 하이마트와 결별한 후 아직 스폰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티칭 프로들에게 레슨을 받긴 했지만 스스로 터득한 부분이 많다. 임팩트를 강화하기 위해 야구 방망이로 타이어를 치는 것은 교과서에 없는 방식이지만 그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스윙을 만들어 왔다.

자라온 과정은 또 어떤가. 미셸 위가 골프천국 하와이에서 천재소녀 소리를 들으며 부모의 각별한 뒷바라지 속에 성장해 온 반면, 신지애는 가난한 시골목사의 딸로 중3때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두 선수가 오는 12일 하와이 터틀베이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개막전 SBS오픈에서 맞붙는다. 터틀베이는 미셸 위의 홈구장이고 2005년 이 대회에서 2위를 한 적도 있다. 신지애에게는 생소한 골프장이다.

기량이 비슷한 프로세계에서 승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타이거 우즈도 무릎 부상 이전 전성기 때 어느 홀매치 게임에서 무명선수에게 18홀 내내 한 홀도 앞서보지 못하고 진 적이 있다. 그럼에도 만일 누가 올 시즌 성적이 좋을 것인지를 놓고 내기를 한다면 나는 신지애에게 걸고 싶다.

골프는 멘털게임이다. 공이 물에 빠지거나 OB(공이 경계 밖으로 나가는 것)가 난 뒤 평정심과 집중력을 갖고 다음 샷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해본 사람은 안다. 승부를 가르는 1.5m 퍼팅을 자신있고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담대함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골프에서는 '척'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겉으로 태연한 척해도 속으로 긴장했거나 마음이 흔들렸다면 샷에 영향을 미친다.

고난은 사람을 단련시킨다. 신지애는 어려운 환경에서 공을 쳐 왔다. 아버지 신재섭 목사(49)의 지인이 운영하는 골프연습장에서 무료로 연습할 수 있었던 것이 골프채를 잡은 계기였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 것은 어머니를 잃은 뒤였다. 신 목사는 조의금 2000만원을 딸에게 내놓으며 정말 골프를 하고 싶다면 이 돈으로 하라고 했다. 신지애는 이 돈을 어머니 생명과 맞바꿔 얻은 것으로 여기고 한타 한타 공을 쳤다고 한다. 그 후 1년 만인 고2 때 국가대표로 발탁된다.

신지애는 표정이 밝다. 샷을 실수한 뒤에도 웃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감사할 줄 아는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신종수 체육부장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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