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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손수호] 광화문 동상


예나 지금이나 광화문은 서울의 얼굴이다. 금융과 교육, 주거 등 많은 영역의 중심이 강을 건넜지만 광화문이 지닌 강렬한 상징성은 도하할 수 없다. 광화문∼시청∼숭례문에 이르는 길은 국가 상징가로이며, 시위와 집회가 유독 광화문 주변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것 역시 권부와 가깝다는 지리적 요소 외에 오랜 시간에 걸쳐 광화문이 가꿔온 상징성에 기대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광화문 주변은 너무 어지럽다. 광화문은 목조 재건축을 위해 헐리고 없다. 광장으로 조성 중인 광화문 앞은 중앙화단의 가로수를 뽑아내는 등 온통 공사판이다. 한 블록 건너 서울시청 건물도 문화재청과 옥신각신 끝에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청에서 한발짝 건너 보이는 숭례문 역시 화마의 상처를 딛고 새롭게 태어나는 대역사가 진행 중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도심의 풍경은 스산하기 이를 데 없다.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의 핵심을 이루는 세 랜드마크가 한꺼번에 개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사진 한 장 찍을 배경이 없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 입장에서 본다면 고도 서울은 온통 '공사중'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기에다 광화문 광장은 위인들의 자리다툼으로 어지럽다. 오는 7월 완공을 앞두고 여러 위인의 동상이 경합 중이라고 한다. 충무공 동상은 기득권이 유지되고, 길 이름과 경복궁에 연고권이 있는 세종대왕상도 터를 잡을 모양이다. 여기에다 한양 도성의 설계자 격인 정도전과 올해 의거 100주년을 맞아 관심이 커지고 있는 안중근이 입주를 타진중이다.

동상은 한번 세우면 옮기기 어렵다. 그만큼 건립 조건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정도전과 서울의 인연은 각별하긴 하나 조선이 왕조인 다음에야 왕(태조)을 제치고 신하가 공을 차지할 수는 없다. 안중근도 별 인연도 없는 광화문 광장으로 이주하기보다 현재 자리한 하얼빈에서 더 좋은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낫겠다.

광화문 광장을 조각공원으로 꾸미지 않을 바엔 공간은 담백할수록 좋다. 한 곳에 동상의 수가 많으면 장소의 의미가 흐려진다. 시대와 나이, 이념을 넘어 영원히 존경받는 세종과 이순신 2명이 광화문 광장의 주인으로 적절하지 않겠는가.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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