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재발견한 배우 1위’… ‘작전’ 주연 황종구역 박희순

‘2007년 재발견한 배우 1위’… ‘작전’ 주연 황종구역 박희순 기사의 사진

“연기인생에 장기투자… 상한가 치겠죠”

"어이! '올해의 재발견 배우'는 전화도 안 받으시네∼"

배우 송강호가 박희순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다. 2007년 한 일간지가 실시한 시나리오 작가 설문조사에서 재발견 1위 배우로 선정된 것을 보고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자 문자를 남긴 것. 영화 '남극 일기'에 함께 출연하며 돈독해진 송강호는 특유의 유머로 재발견 배우를 축하했다.

지난해 영화 '세븐 데이즈'로 대한민국 영화대상, 청룡영화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에서 각기 남우조연상을 차지한 배우 박희순(39)이 '작전'을 통해 메이저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았다. 주가 조작을 다룬 작품에서 전직 조폭이자 현재 투자사 대표인 황종구 역을 소화한 것. 신인 이호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박용하 김민정 등이 출연했다.

"대본을 보고 구성은 좋은데 조폭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에 안 한다고 했어요. 기존 배우들이 연기한 조폭과 판에 박힌 듯 같았어요. 예전에 건달 역을 수차례 맡았거든요. 비록 조폭이라도 화이트칼라 범죄자에다 매너와 격식을 갖춘 캐릭터라면 괜찮겠다는 의견을 감독에게 전했고, 고심 끝에 출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죠."

그는 영화 '가족' '보스 상륙 작전',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를 통해 건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러브 토크'에서 소통이 부재된 지석, '나의 친구, 그의 아내'에서는 답답할 만큼 소심한 재문으로 출연했다.

"연기할 때 18번을 쓰지 않으려 노력해요. 연기가 잘 안 풀리고, 뭔가 화끈하게 보여주고 싶을 때 배우들은 제일 자신 있는 눈빛, 동작을 쓰게 돼요. 그게 바로 18번이죠. 뻔한 연기하고 나중에 모니터로 보면 '내가 왜 저랬지' 후회가 들어요."

그는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극단 '목화'에서 12년간 연기 생활을 했다. 고된 소극장 생활은 자만과 매너리즘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2002년 영화계에 진출했다.

박희순은 '작전'에서 황종구를 정확하게 몸에 맞춘 양복처럼 입었다. 평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옷이었다. 단순, 과격, 무식하게 행동하며 관객들의 폭소를 유발할 때는 영화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조폭 캐릭터지만, 그 속에는 조폭조차 주먹보다 돈을 좇는 자본주의 사회의 일그러진 면모가 숨어 있다.

"어떤 분이 황종구를 보면서 '상처 입은 뱀'이라고 표현하셨어요. 못 배웠지만 주식 엘리트가 되고 싶어하는 콤플렉스 덩어리예요. 또 눈앞에 보이는 것을 잡지 못하면 미치는, 욕망의 화신이죠. 막 행동하는 듯 보이지만 언제나 남의 눈치를 보고 머리를 굴려요. 주위에 그런 사람들 많잖아요.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이득일까 고민하는."

연기에 있어서 눈치 빠르고 영민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소심하다고 말했다. "여윳돈이 없어서 주식은 못 하고, 돈 없으면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가족이 볼까 봐 문을 잠근 채 자기 연기를 모니터링 한다고.

이번 영화로 상을 받을 것 같다고 말하자 "그런 말 들어도 '에이, 설마'라고 말하거나 무덤덤해진다"고 말했다. "배우 인생 19년을 돌아보면 잘 풀리다가도 곧 엉키곤 했어요. 어떤 영화에서 주목받으면 그다음 영화는 무산되는 식이죠. 인생이 사람을 방방 뜨지 않게 만들었고, 그게 또 살아가는 방식이 됐어요. 큰 거 한 방 터지길 기다리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다리는, 신중한 투자자라고 할까요?" 18세가, 12일 개봉.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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