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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문일] 惡文 바이러스


연합뉴스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2일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 '우리들의 일그러진 개혁'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정 의원이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친북 대 반북 등 용어에 대해 개념정립을 촉구했다는 내용이다. 기사는 "정 의원이 공자의 정명론(定命論·이름 바로잡기)을 내세우며 어지러운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좋은 글, 좋은 기사인데 정명론(正名論)의 한자 표기가 틀렸다. 이름부터 바로잡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핵심적인 이름을 틀렸다. 정 의원은 한글로 썼는데 기자가 한자를 붙이다 실수했다. 이 기사는 네 시간 뒤 틀린 부분이 바로잡혀 재송됐지만 이미 잘못된 기사를 전재한 몇몇 인터넷언론에는 틀린 채로 남아 있다.

지난달 29일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임식이 있었다. 다음날 한 신문은 경찰청사를 떠나는 어 청장의 사진과 함께 '공성명수신퇴(功成名遂身退: 그 자리에 머물지 않음으로써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다. 어 청장이 퇴임사에 인용한 '도덕경' 구절을 따온 것인데 원문과 풀이가 일치하지 않는다. 원래는 "공을 이루어 명성을 얻었으면 자리에 머물지 말고 물러나라"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문은 도덕경 9장에 있고, 풀이는 2장에 있는 "功成而不居 夫唯不居 是以不去"를 옮긴 것이다. 둘 다 물러남에 대한 말이다 보니 착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퇴임사의 뜻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표현에 있음은 쉬 알겠으니 어찌 보면 말에 매이지 않은 오묘한 풀이라고도 하겠다. 이 하이브리드 해석은 그럴 듯한 좋은 말로서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문제는 배포된 자료에 틀린 부분이 있어도 기자가 이를 아무 생각없이 베껴 쓴 데 있다.

용산 재개발 지역 화재 참사에서 '강제진압'이란 표현도 단순무지의 소치다. 진압은 본래 강제성을 내포하므로 평화진압이란 말은 없다. 무지해서 또는 생각없이 사용하는 어휘 하나가 상황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예다.

온·오프를 가리지 않고 어문 현실이 봉두난발 같다. 인터넷에 한번 잘못 오른 말은 틀린 채로 무한복제되다가 나중에는 원본을 위협한다. 악문(惡文)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국어사전을 늘 가까이 둬야 한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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