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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제성호] 갈등 관리시스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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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철거민 참사가 발생한 지 2주일여가 지나고 있다. 이제 차분하게 사태의 전말을 돌이켜 보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때다. 올바른 처방전을 찾으려면 정확한 원인규명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용산 참사의 주원인은 철거민 문제를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의 미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등장한 지 40년이 넘지만 철거지구 재개발 때 발생하는 문제(피해보상, 영업권 보장, 주거권 확보 등)를 총괄하는 기구와 평화적 해결시스템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사업자 측의 보상결정 내용을 철거민 측에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해당 지자체는 수수방관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제2, 제3의 용산 참사를 막을 수 없다.

폭력시위는 法治 경시 결과

용산 철거민들은 수용하기 어려운 보상결정의 시정 방법으로 불법폭력시위를 택했다. 이는 전문적 시위꾼이라 할 수 있는 '전국철거민연합'이 개입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 같은 폭력의존 심리와 제3자 개입이 사태를 키우고 또 악화시켰던 것이다. 사전에 준비된 무기(시너, 화염병, 염산, 골프공, 새총 등), 치밀하게 기획된 무단 점거와 무차별 공격은 시위 현장을 무법의 전쟁터로 만들었다. 그러기에 경찰특공대의 투입은 불가피했다.

'폭력이 아니면 사태의 개선은 없다'거나 '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작금 한국 사회의 낮은 법치 수준을 반영한다. 이런 사고가 만연하고, 또 불법이 통하게 되면 누구든 법규범보다는 물리적인 힘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막무가내식 떼쓰기나 밀어붙이기식 폭력사태는 '약자의 무기'로써 계속되는 반면, 사회적 평온과 안전은 확보될 수 없다.

그럼에도 법치의 경시는 오랜 '한국병'으로 남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무를 정도다. 이는 불법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대한 태도 및 사법온정주의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제 반법치와 야만적 폭력은 나라 선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평화적인 집회 시위는 최대한 보호하되, 불법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성숙한 국민 의식과 사회적 풍토를 뿌리내리는 게 시급하다. 더불어 집회 천국, 시위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보듯, 자유와 인권의 남용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용산 참사를 철거민과 경찰의 충돌에서 빚어진 불행한 사태로 축소시키고, 경찰의 진압방법 개선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근시안적인 태도다. 철거민 대책은 별도로 최선의 해법을 구하면서 동시에 불법폭력에 대해서는 공권력 바로 세우기로 대처해야 한다. 전자는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후자는 '원칙'과 '불관용'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만 경찰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좀 더 과학적이고 안전한 대응 매뉴얼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간 정치권이 보여준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국회는 말로만 민생과 경제를 외치면서 철거민을 위한 입법 마련을 외면해왔다. 더욱이 일부 정파는 용산 참사를 발판삼아 무책임한 정치공세와 정략적 이용에 골몰하고 있다. 한심한 노릇이다.

원칙과 불관용으로 대응을

그런가 하면 최근 일부지식인들과 종교인들이 용산 참사 규탄집회에 연일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에서는 사회지도층이 폭력사태 발생 시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서 선의의 중재자 역할을 하며 불법폭력의 확산을 막는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본다면 희생자 추모보다는 이 같은 자세가 더욱 책임성 있고 생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용산 참사의 교훈은 사회적 갈등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국회, 국민 모두가 지금 이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정쟁에 매달리거나 희생양을 찾는 것만으론 사회의 발전과 진보를 기대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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