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 칼럼] 초고층빌딩,그리고 안보불감증 기사의 사진

본보 4일자 22면, '그림이 있는 아침'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작품 'symbolism-탑, 전투기'가 그것. 그림을 보고 있던 동료가 한마디 했다.

"9·11 항공기 테러가 연상되네."

문득 떠오른 또 하나의 중첩된 이미지, 서울 잠실에 지어진다고 하는 높이 555m, 122층(일설엔 600m, 130층)의 위용을 자랑하는 제2롯데월드였다.

마침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선 제2롯데월드 신축 이후 성남 공군기지(K-16)의 항공기 이착륙 안전성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보도에 따르면 찬성 측에서 김광우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 박연석 공군 제15혼성비행단장, 한국항공대학교 송병흠 교수, 기준 롯데물산 사장, 송영건 성남시 부시장 등 5명이, 반대 측에선 김성전 예비역 공군중령, 이진학 전 공군기획관리참모부장, 한양대 조진수 교수(기계공학) 등 3명이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코미디 같지 않은가. 상식적으로 국방부 고위관료나 K-16기지의 책임자가 앉을 진영은 반대 쪽일 것 같았는데, 정작 반대 쪽 진영에 포진한 인사는 공군 OB들이었다. 형님이 아우의 안위를 걱정하는데, 당사자는 괜찮다며 귀찮아하는 형국이라니.

공청회를 이끈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태도 역시 기묘했다. 고용창출을 내세워 재벌의 '바벨탑' 쌓기를 두둔하는 정부 방침에 일격을 가하는 것이 상식일 제1야당이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 데 비해, 여당인 한나라당은 외려 까칠하고 뾰족했다. 유승민 의원은 "공군 조종사의 75%가, 관제사의 85%가 충돌 위험이 있다고 했다는데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더라도 군이 허용한다고 했겠느냐"고 따졌고, 김옥이 의원은 "공군 지휘관이 장병들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기는커녕 인위적으로 위험을 만들려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공청회의 압권은 유승민 의원의 발언 내용. 유 의원은 당초 반대 쪽 진술인으로 내정됐던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또는 김규 전 방공포사령관), 최명상 전 공군대 총장 등 공군 예비역 고위 장성들의 불참이 "공청회에 나가지 말라는 국방부와 공군의 압력이 워낙 완강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5 대 3이라는 인원 불균형은 그래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하나 이해 가지 않는 것은, 평소 안보 현안에 대해선 과도하리만치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던 성우회와 재향군인회가 이 사안에 관해선 입을 봉하고 있는 점이다.

흔히 서울공항으로 불리는 성남비행장은 단순한 공항이 아니다. 공군 15혼성비행단과 북한군 침투를 저지하는 KA-1 경(輕)공격기 대대, 미 육군 2사단 2항공여단 2대대 등이 배치된 전략 기지다. 위도 상으로도 강릉기지(K-18), 원주기지(K-46)와 함께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사시 국가원수를 비롯, 핵심 지도부의 이동을 책임지는 기지인 동시에 적지 정찰임무 수행기종이 계류하는 곳이기도 하다. 외곽으로의 이전 요구가 간간이 나오지만, 그건 수도권 비행장 기본 구도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이들의 소치다.

정부 주장처럼 고용창출을 위해서 초고층 랜드마크의 신축 허용이 불가피하다고 치자. 왜, 하필 잠실 롯데 부지여야 하는가. 그것도 성남기지 이착륙 항공기의 안전과 유사시 수도권의 안보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모험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정말로 재미있는(기실은 끔찍한) 뉴스는 제2롯데월드 신축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잠실 지역의 부동산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논설위원 jesus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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