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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박동수] 책임의 시대


버락 오바마는 '쿨(cool)'했다. 그는 정치적 대부인 톰 대슐 보건장관 내정자가 탈세문제로 낙마하자 즉각 사과했다. 대슐 사퇴 후 5개 방송사와 잇따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망쳤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벌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직설적으로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실책 인정에 인색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오바마의 행동은 그가 리더의 책임을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를 드러낸다. 오바마는 세계를 흔들고 있는 미국발 경제위기가 월가 금융인과 일부 제조업 CEO, 워싱턴 정치인과 관료들의 무책임이 빚어낸 합작품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랬기에 취임식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새로운 책임의 시대'가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오바마가 인식한 책임감은 대통령과 지도층뿐 아니라 일반 국민 모두가 공유하고 키워가야 할 포괄적인 책임감이었다.

'책임감(responsibility)'은 '반응'(response)과 '능력'(ability)이 결합해 만들어진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무관심하지 않고 '반응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이타심 연민 배려·사명감이 없으면 배양되지 않는다. 책임감은 인간 모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비평가 존 러스킨은 "살든 죽든 너의 책임을 다하라"고 말했고, 도산 안창호 선생은 "책임감이 있는 이는 역사의 주인이요, 책임감이 없는 이는 역사의 객(客)이다"고 역설했다. 신분이 높을수록 책임감도 커진다. 로마의 현인 세네카는 "지위가 높으면 책임도 크다"고 했고, 막스 베버는 "책임이 따르지 않는 권위는 있을 수 없다"고 설파했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책임의 시대'를 열어가려는 미국을 바라보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답답해진다.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책임감 부재' 현상이 심각하다. 정치권은 불황으로 온국민이 고통받는 와중에도 책임감은커녕 '네 탓'을 외치며 갈등과 혼란의 또 다른 진원이 되고 있다.

사회 각계 리더들도 이슈마다 편이 갈려 상대를 탓하는 구태를 반복한다. 역사적으로 융성했던 나라들엔 늘 책임감 강한 리더와 국민이 있었다. 반면 쇠락한 나라엔 무책임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사회 곳곳에서 "내 책임이다"는 말이 쉽게 들려오는 그날을 학수고대한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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