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첩] 국립현대미술관장 ‘사칭 사건’?

[문화수첩] 국립현대미술관장 ‘사칭 사건’? 기사의 사진

기자는 며칠 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근대미술 걸작전'에 세 번째 관람을 갔다. 근대미술사를 다룬 서적들에 단골로 등장하는 대표작들이 망라돼있어 마침내 3만원을 주고 두툼한 도록까지 구입했는데, 머리글 부분을 읽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맨 앞장 인사말을 장식하고 있는 필자가 '국립현대미술관장 심동섭'이라고 돼있었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김윤수 전 현대미술관장은 지난해 11월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계약 해지'를 당했다. 그런데 미술담당 기자도 모르는 사이에 새 관장이 임명됐나싶어 의아했던 것이다. 실상은 김 전 관장이 물러난 이후 심동섭 기획운영단장이 '관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미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심 대행은 비단 도록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대외 행사에서도 버젓이 관장이라는 타이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의 한 미대 교수는 "현대미술관 관련 행사의 초청장을 받았는데 '심동섭 관장'이라고 돼 있더라"며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이 분이 언제 관장에 취임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 시절 고건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고 해서 대외 직함에 '고건 대통령'이라고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엄밀히 말해 이는 사칭에 해당된다. 그러나 심 대행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것이다. 원만한 조직운영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사실 본질적인 문제는 일국의 미술계를 대표하는 심장격인 관장 자리가 3개월이 넘도록 공석으로 방치돼있다는 점에 있다. 더구나 현대미술관에는 학예사들의 구심점인 학예실장마저도 없다. 최승훈 전 실장 역시 지난해 임기만료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대신 최은주 덕수궁미술관장이 실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현대미술관 운영의 '쌍두마차'인 관장과 학예실장이 모두 대행체제인 현실. 미술계 인사들은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지만 문화부는 '코드'가 맞는 관장 후임을 놓고 석 달이 넘도록 여전히 '검토 중'이다.

김호경 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