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지리산을 올랐을까.' 어제 날짜 본보 여행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이 표현을 두고 사내 편집회의 때 짧은 토론이 이어졌다. '산을 올랐다'가 좋을까 '산에 올랐다'가 좋을까.

동요 '산토끼'는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로 시작된다. 여기서 '어디를' 대신 '어디에'나 '어디로'로 바꾸면 어떨까. '어디로 가느냐'는 어느 곳을 향해 가느냐는 뜻이다. 방향성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어디를 가느냐'는 '무엇을 하러 어디로 가느냐'라는 뜻이 강하다. 목적성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위의 가사에 이어지는 뒷말은 '고개 너머에서 알밤을 줍겠다'로 되어 있다. 목적성이 뚜렷하므로 '어디를'이 적절하다.

'어디에 가니'는 어떨까. 이렇게는 잘 안 쓴다. 그냥 '어디 가니'라고 한다. '에'는 지향점과 목적성이 두루 담겨 있다. '그는 도서관에 갔다'는 말엔 '도서관'이란 지향점과 '공부하러'라는 목적성이 담겨 있다. '어디에 가니'의 '어디'에는 지향점이 안 드러난다. 그래서 조사 '에'를 생략하는 게 나아 보인다.

'를'과 '에'를 놓고 보면 '를'이 '에'보다 목적성이 더 강하다. 그제 민주당의 한 의원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청계광장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심현장에 찾아가야 한다." 여기서 '민심현장에'는 '민심현장을'로 하는 게 더 적절할 듯하다. 그래야 민심현장 사람들과 직접 부딪친다는 뜻이 살아난다. 이때의 '를'은 강조 의미도 있다.

'를'과 '에'의 차이점이 하나 더 있다. '오솔길을 걷는다'는 되고 '오솔길에 걷는다'는 안 된다. '를'은 A라는 장소 내에서만 이동한다는 개념이 강하고 '에'는 A에서 B로 이동한다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이다(여기서 '에'는 '가다, 걷다' 등의 이동성 동사와 결합할 때로만 한정한다). '계단을 올랐다'와 '계단에 올랐다'를 보면, 전자는 계단 내에서 계단을 오른다는 뜻이고 후자는 평지에서 계단에 올라선다는 뜻이다.

'산을 오른다'는 말은 산에 들어선 상태에서 위로 올라간다는 뜻이다. '산에 오른다'는 말은 산 아닌 곳에서 산으로 오른다는 뜻이다. 산과 하나가 되려면 '산을 오르는' 게 낫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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