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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종 칼럼] 대통령은 할 만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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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할 만큼 했다. 남은 건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결단이다. 김 내정자의 거취와 관련한 얘기다.

김 내정자에게 용산 참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야당 및 진보적 단체들과 여권 일각의 거센 압력에 이 대통령은 온몸으로 맞섰다. 얼마 전 TV대담에서, "김 내정자의 잘잘못을 따져 그 결과에 따라야지 일하다가 실수하면 당한다는 생각을 심어줄 경우 누가 일하겠느냐"며 아직은 내정을 철회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생긴 불상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뜻이다.

검찰 수사 방향 역시 대통령의 뜻과 다르지 않다. 경찰의 진압은 합법적인 것이어서 처벌할 수 없고, 특히 김 내정자는 작전 당시 무전기를 꺼 놓아 상황을 지휘하기는커녕 보고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는 소식이다. 대신 많은 농성자들에 대해선 화염병을 던지고 시너를 뿌리는 등의 폭력 혐의로 기소함으로써 참사의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용역업체의 물대포 사용 등 진압작전 개입 의혹을 묵살했다가 이를 뒷받침하는 동영상 자료가 공개되자 수사를 연장하는 등 당황스런 모습이다.

기자는 진압 작전이 합법적이었다 해도 성급했고 치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게 과연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느냐에 의문이 없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과 검찰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국가를 경영하는 데 있어 공권력을 통한 법질서 확립은 불가결한 요소다. 더군다나 이념 대립과 정권 투쟁의 성격까지 가미된 이 싸움에서 대통령이 밀릴 경우 반대 세력에 힘을 보태줘 순탄한 국정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또 올 봄에도 반정부 집회가 격화될 게 빤한데 김 내정자를 하차시킬 경우 일선에서 부닥쳐야 할 경찰의 사기와 충성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대통령으로서는 지금까지 김 내정자를 지켜 온 것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공권력과 법질서의 확립에 대한 의지, 기용한 인사에 대한 신뢰와 애정 등을 충분히 표현했다는 것이다.

공은 김 내정자에게 넘어갔다. 상식에 비추어 본다면 그가 사태 발생 직후 비공식적으로나마 청와대에 사의를 표하지 않았겠느냐 싶다. 다만 사태의 추이, 명분, 모양새 등 정치적 요소들을 고려하여 공식화할 시기를 저울질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그가 검찰로부터 "잘못 없음"을 공인받은 뒤 사퇴의 결단을 내리리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관측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 생각한다면 그게 상식이고 그에 따르는 것이 순리일 터이다. 김 내정자는 진압이 합법적이었다 해도 그로 인해 참사가 발생한 이상 도의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 윗사람을 위해서는 아랫사람이 잘못이 없더라도 희생할 수 있다는 게 동양적 미덕인데 지금의 경우는 거꾸로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임명이 강행될 경우 정권의 반대 세력에 빌미를 줘 대통령에게 장기 부담이 되리라는 점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각오가 돼 있겠지만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 하는 당부다.

이 대통령도 이 문제를 가지고 반대 세력과 승부하겠다는 식으로 더 이상의 욕심은 내지 않는 게 좋다. 그들에게 분명한 투쟁 목표를 제공함으로써 안 그래도 안개 낀 봄 정국을 시계 0 상태로 만들어선 안 된다. 그러기엔 그가 당장 풀어야 할 난제들이 너무 많다.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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