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정재호] 강호순은 公人이다! 기사의 사진

연쇄살인범의 '실명과 사진' 공개 여부를 놓고 신문과 방송이 공개적인 입장 표명과 함께 각기 다른 보도 태도를 취하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국민일보는 강호순이 부녀자 7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이후로 실명을 보도한 데 이어 얼굴 사진까지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필두로 대다수 신문과 방송이 연쇄살인범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실명·사진 모두 비공개',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은 '실명 공개, 얼굴 비공개' 형식을 취했다. 큰 틀에서 보면 패륜적 범죄행위라는 국민적 관심 사안을 두고 공익과 사익에서의 상반된 가치 중 어디에 더 우선적인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결론을 달리한 것이다. 여기서 일부 신문이 강호순을 공인(公人)이냐, 사인(私人)이냐를 기준으로 실명과 얼굴의 공개 여부를 판단했다는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헌법재판소(1999년)는 보도된 당사자가 공적 인물인지, 사인인지와 보도 내용이 공적 관심 사안인지, 순수한 사적 영역인지에 따라 헌법적 심사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기준을 세분화하면 ①공인의 공적 영역 ②공인의 사적 영역 ③사인의 공적 영역 ④사인의 사적 영역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단순히 적용할 경우 '강호순(사인)은 자신의 범죄 행위로 인해 국민적 관심 사안(공적 영역)에 빠져든 ③의 영역'에 해당된다. 이 경우 ①의 영역과는 달리 무죄추정과 익명보도의 원칙을 준수해 범죄인의 사적 영역보다는 범죄사실이란 공적 내용에 보도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 견해다.

하지만 연쇄살인범의 인격권이 부정한 뇌물을 받아챙긴 고위공직자나 횡령·배임죄를 저지른 최고경영자의 그것보다 더 보호돼야 한다는 논리는 국민의 법감정과는 괴리가 있다. 그래서 설득력있는 견해(박용상, 서귀룡, 정태호, 김태수)가 이미 (연쇄살인 또는 흉악)범죄로 인해 전국적으로 '악명'을 떨친 범죄혐의자의 경우 공적 관심의 한도 내에서 '공적 인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 의미에서 공인은 공직자와 공적 인물(Public Figure)로 나뉘고, 공적 인물은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과 악명을 떨친 인물을 포함한다.

이 견해에 따라 강호순을 공적 인물로 보고 ①, ②의 영역에서 접근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남는 문제는 있다. 아무리 공인일지라도 인격권이 깡그리 무시될 수는 없다. 그래서 비교 형량이 요구된다. 공인의 사적 영역 중 가장 내밀한 성적(性的) 영역이나 사적인 생활 영역(일기, 편지, 미성년 자녀 등)은 원칙적으로 언론 자유와 알권리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반면 공인의 성명과 얼굴은 공동체 안에서 타인에게 식별의 근거가 되는 '사회적 영역'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고의 또는 강박, 부정한 방법과 수단에 의하거나 영리 목적이 아닌 한, 공인의 성명권과 초상권이 알권리보다 반드시 앞서야 할 명분이 약하다. 즉, 범죄와 관련 있는 강호순의 이름과 사진은 공개해야 한다. 다만 가족사진 등 범행과 무관한 것까지 무제한 공개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경찰이 때마침 중범죄인의 얼굴 공개에 대한 입법을 검토하고 있고 범죄자의 얼굴 공개를 처음 문제삼았던 국가인권위원회도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같다. 획일적인 답안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재호 사회부장 j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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