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나 도덕적으로 타락하기는 별반 차이가 없다. 두 단체는 민주노총 핵심 간부가 전교조 지회장을 지낸 여성 조합원을 성폭행하려 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다. 이명박 정부와 싸워야 할 조직이 상처를 받는다면서 피해자에게 사건을 덮으라고 강요함으로써 정신적 충격을 가중시켰다.

당연히 뒤따라야 할 사건 진상 파악과 책임자 처벌은 아랑곳하지 않았던 후안무치(厚顔無恥)를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진보 진영은 이러고도 도덕적 우위를 거론할 자격이 있을까. 민주노총의 도덕성 마비는 한술 더 떴다.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깊은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도 부족할 판에 참으로 한심한 조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했다.

마침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어제 성폭력 파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지만 민주노총의 체질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민주노총 내부는 강경·온건파 간 주도권 다툼으로 어수선할 뿐이다. 책임 있는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 시점에 오히려 노선 투쟁에 골몰하고도 여론의 지지를 기대한다면 시대착오적이다.

신성한 교단을 지킨다는 전교조의 표리부동도 어처구니없다. 과거 성추행 사건 등이 벌어지면 서릿발 같은 잣대를 들이댔던 전교조가 이번에는 조직 보호를 앞세워 피해자에게 협박까지 했다. 전교조는 뒤늦게나마 이에 대해 진상 조사를 벌인다고 하니 사건 은폐 경위와 관련 당사자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전교조는 이를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주노총은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정도로 이번 위기를 넘기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 동안 각종 비리에 연루됐던 민주노총이 아닌가. 이번에야말로 근본적인 반성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득세한 강경파가 국면 전환을 위해 대정부 투쟁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노총이 실제로 그 같은 수순을 밟는다면 자멸을 초래할 뿐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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