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의 새 인사시스템이 공기업 개혁에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전은 올 들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본사 처·실장급(1직급)을 비롯해 총 4169개 보직에 대해 현 근무자 전원을 포함한 사내 공모방식의 공개경쟁 보직제도를 도입했다. 1∼3직급의 전 간부직원이 공개경쟁을 통해 선발되는 것이다.

공개경쟁 보직제도는, 시간이 경과하면 자동적으로 보직 이동 및 승진이 이루어지는 기존의 순환보직제에 입각한 인사시스템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특히 이 제도를 통해 보직 경쟁에서 탈락한 1∼3급 간부직원은 앞으로 1년 동안 보직을 받지 못하면 사규에 따라 정식 해고된다.

한전은 우선 지난달 13일 본사 처·실장, 해외법인장을 포함한 1차 사업소장 등 54개 직위를 공모에 부쳐 이 중 41개 직위를 교체했다. 이어 같은 달 16일엔 2차 사업소장과 팀장 1019개 직위를, 이달 2일엔 차장급 3096개 직위를 공개경쟁으로 임명했다. 1∼3직급 보직자의 35.5%가 바뀌는 큰 폭의 인사혁신이 벌어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보직 경쟁에서 탈락한 1∼3직급 간부는 41명이나 됐다. 이들은 6개월간 재교육을 받아 재기를 노리게 된다. 공개경쟁의 평균 경쟁률이 6대 1 이상이었을 만큼 사내 직원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었다고 하니 새 제도의 안착도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공기업 개혁을 중요한 국정 어젠다로 표방하고 지난해 8월 1, 2차 공기업선진화방안을 발표했다. 그 방안에 따르면 한전은 경영 효율화에 초점을 두는 쪽으로 지적됐었다. 이번에 도입된 한전의 새 인사시스템은 그 방안에 부응한 것이라고 하겠다. 지난 1년 동안 사실상 공기업 개혁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 상황이었던 만큼 한전의 혁신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간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철밥통이라는 조롱어린 별칭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한전의 인사혁신 실험이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씻어줄 수 있는 계기로 자리매김될 것인지는 이후의 성과에 달렸다. 차제에 사내 공개경쟁을 사외로 외연을 넓혀가는 방식도 도입해봄 직하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