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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길―박양우] 미술관이 경쟁력이다

[문화의 길―박양우] 미술관이 경쟁력이다 기사의 사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기무사 부지에 드디어 국립현대미술관이 조성될 모양이다. 지난달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 기무사 부지를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과 덕수궁미술관을 포함한 종합적인 국립미술관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정부 수립 이래 서울 중심부에 설치미술·멀티미디어아트·영상예술 등 첨단 시각예술까지 수용하는 말 그대로 국립다운 현대미술의 중심 문화공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동안 과천 소재 국립현대미술관에 관해서는 접근성 때문에 말들이 많았다. 세계 유수의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이 시내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한 것과 비교하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정책의 산물이었다. 흔히 문화정책의 3대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문화 수월성 제고(enhancing) 문화 향수권 확대(spreading) 문화경제 지향(economy)과는 크게 동떨어진 것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국립현대미술관 방문객은 58만명 정도에 머물렀다. 연간 외국인 95만명에 총 내방객이 거의 200만명을 기록한 국립민속박물관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관객이 찾지 않는 미술관은 이미 미술관으로서의 생명을 잃은 것이다.

기무사 부지를 무슨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 정부 내에서 논의된 것은 국민의 정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 문화관광부 주도로 관계 당국 간에 내부적으로 합의되었으나 후임 문화관광부 장관이 이 계획을 백지화하는 바람에 유야무야되었다. 그러다 참여정부 말미에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문화관광부 계획이 있었으나 예산부처의 반대로 무산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정책이 정량적인 견지에서 경제적 타당도로 재단되는 정책 결정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정부 내에서 대형 문화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대통령이 기무사 부지를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조성하겠다고 직접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어느 때보다 성사 전망을 밝게 해준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는 해도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정부가 이미 발표한 국립미술관 확충 계획을 시발점으로 관계 전문가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립해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모범적인 현대미술관을 만들어야 한다.

매체와 장르가 융합되고 콘텐츠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는 작금의 문화적 격변기에 최소한 반세기를 내다보며 문화산업의 메카로 조성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죽어 있는 미술관이 아니라 문화 창조와 문화 교육, 나아가 문화 향유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적 경제 불황으로 많은 국민이 의기소침해 있는 지금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인 문화산업이야말로 상상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우리의 강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조성 계획은 단순히 미술관 하나를 건립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상징적 사건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문화예술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염원을 모아 성원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양우 중앙대 교수 예술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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