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한 행정이 어처구니없는 화재 참사를 빚었다. 경남 창녕 화왕산에서 9일 저녁 억새 태우기 행사를 하던 중 불길이 바람을 타고 관광객들을 덮쳐 7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오랜 겨울가뭄에 억새가 바싹 말라 있었고 산꼭대기 행사장에 강풍이 불었다. 상식으로도 불의 기세가 대단하리란 걸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주최측인 창녕군은 방화선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불 놓은 지역 주위의 억새를 충분한 폭으로 자르고 흙이나 소화물질을 쌓아 불길을 차단해야 하는 데도 관광객들은 방화선 폭이 넓지 않았고 억새가 제대로 잘리지 않고 눕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전국적으로 소문난 행사임에도 이날 기상에 대해서는 군청 직원이 기상청 홈페이지의 빗나간 일기 예보를 참고했을 뿐이다. 1만5000여명이 몰린 행사에 안전요원은 100여명에 불과했다. 불길이 산 위로 번지는 속성을 감안해 관광객 출입을 통제했어야 하나 그러질 않았다. 사상자 대부분이 행사장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 있다가 불길에 희생되거나 절벽 밑으로 떨어진 경우다. 이 정도 정황만 봐도 화왕산 참사는 무모한 행정이 자초한 관재(官災)다.

1995년 시작해 올해 6회째인 억새 태우기는 처음부터 화재 위험이 지적됐음에도 지역 관광자원 개발 명분으로 강행됐다. 정월대보름에 억새를 태워서 액땜을 한다는 미신까지 끌어댔다. 억새 태운 재가 거름이 돼 이듬해 억새가 잘 자란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실제로는 불을 놓고 난 뒤 억새 생육이 위축됐다. 억새는 민둥산에서 나무 대신 번성하는 식물이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억새 대신 나무 심을 생각을 하기는커녕 관광자원을 만든다고 헬기로 비료를 뿌리고 관목을 제거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고 화왕산 억새 태우기를 모방하려 한 지자체도 있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산림에 불 놓기 허가 규정이 없다. 그럼에도 창녕군은 화왕산성 내 인화물질을 제거한다는 구실로 창녕군 국유림관리소로부터 허가를 얻었다고 한다. 억새 태우기 행사 폐지는 당연한 일이고 관계 당국은 그 경위를 파악해 불법 여부와 책임을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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