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제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가 그제 국내 8개 은행의 신용등급(장기외화표시채권등급)을 한꺼번에 낮췄다. 무디스는 이미 지난달 국내 10개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린 데 이어 그 가운데 8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그간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국가신용등급 A2보다 한두 단계 높은 A1, Aa3였으나 이번에 A2로 낮춰졌다. 무디스는 그 이유로 국책은행이나 정부 지분이 높은 은행들이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들의 신용등급이 정부의 외화자금 조달 능력 이상으로 평가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예고된 재조정이라는 점을 들어 국내 은행의 외화 조달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장기외화표시채권등급이란 은행들의 외화 차입 여건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이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는 것은 외화 차입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되레 악화되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번 등급 하향 조정은 지난해 9월 세계 금융위기가 급속히 확산됐던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세계 금융위기가 아직 수습 국면으로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언제 불씨가 다시 살아나 큰 불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위기가 재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급격한 경기 침체로 기업활동 위축은 물론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는 날에는 그 불똥이 고스란히 은행권으로 튈 우려도 적지 않다. 이렇듯 국내 은행들은 지금 안팎의 위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사실 신용등급 하향 조정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위기 가능성에 어떻게 대비하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 국내 은행들이 그간의 단기 외형 확대 전략에서 탈피해 장기 건전성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경영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은 바람직한 선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내실 있는 경영 전략이 어느 때보다 요청된다. 감독 당국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긴급 대응체계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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