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와 정동영. 잊혀질 만하면 나타나는 이름이다. 정동영씨는 대선과 총선에서 잇달아 낙선하고 미국 연수를 떠난 사람이다. 이재오씨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는 성공했으나 정작 본인은 총선에서 낙선하고 역시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그로부터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이들의 정계 복귀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다음달 귀국한다고 밝힌 이씨는 지난 설 백두산 천지에 올라 "이명박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귀국을 앞두고 '임' 향한 일편단심을 전한 것이다. 4월 재선거 출마설이 나도는 정씨는 최근 한 언론에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엊그제는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국내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씨는 지난 대선에서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큰 표차로 패했고, 이씨는 대선 전후의 모난 언동으로 지역구에서 낙선했다. 이들이 망명 아닌 망명을 떠난 것은 정치 인생을 반성하고 좀 더 나은 정치인으로 거듭나 국민의 재선택을 기대하려는 뜻이겠다. 이씨는 외국에서도 국내 팬클럽을 관리해 출국할 무렵 3000명가량이었던 회원을 6500명으로 늘렸다. 정씨의 경우도 모험을 피해 텃밭에서 출마하려는 것을 보면 정치적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짧지 않은 반성의 시간이지만 둘 다 정치의 격(格)이 높아진 것 같지 않다.

물론 이들도 때가 되면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이 그때는 아닌 것 같다. 두 사람은 재보선을 앞두고 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지도력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 지금이야말로 재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씨의 경우 잠재된 친박 대 친이 갈등을 되살릴 불씨이기 십상이고, 정씨는 그를 과거의 인물로 치부하려는 386세대 후배들에게 견제받고 있다. 이들이 복귀하면 소속 정당의 역학 구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정치 소음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은 뻔하다. 분란을 키워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기보다 국내 산골에서 오리를 키우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는 손학규씨를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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