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됐던 지난 연말연초 국회 폭력 사태를 벌써 망각의 늪으로 던져버리려 하는가. 어제 열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징계·자격심사소위원회를 보면 관련 의원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될지 의심스럽다. 징계소위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1시간만에 끝났다. 더욱이 제척사유가 있는 의원까지 회의에 참석시켰다.

물론 이날 징계소위에서 징계안이 회부된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처음 열린 징계소위에서 그럴 수도 없다. 사실관계 파악이나 의견 조율도 필요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영 미덥지가 않다. 한마디로 마지못해 징계안을 심의하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징계 대상에 오른 의원까지 버젓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가. 징계소위 의원들 가운데 개의 시간까지 도착하지 않은 의원이 상당수였다는 점도 이들의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준다.

해머, 전기톱에다 소화전이 등장하고 탁자 위에 뛰어오르는 ‘공중 부양’까지 벌어졌던 폭력 사태였다. 문제의 의원들은 다시 떠올리기조차 끔찍한 상황들을 잘도 연출해냈다. 민주당 당직자들이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출입문을 해머와 전기톱으로 부수던 장면은 철거공사 현장을 방불케 했다. 조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들이다. 국회 사무총장 탁자 위에서 난동을 부렸던 의원은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죽했으면 시사주간지 타임이 아시아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다루면서 한국 국회의원의 몸싸움 장면 사진을 표지에 썼을까. 국회폭력은 해외토픽으로도 소개됐다. 불과 한 달여 전 싸움질만 하는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거나 폭력 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던 사실을 국회 윤리위가 까마득히 잊어버리지는 않았으리라.

그렇다면 또다시 ‘솜방망이’를 휘둘러서는 안 된다. 윤리위는 이번에야말로 국회에서 폭력을 영원히 추방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징계소위가 다음달 2일 회의에서 엄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