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입 완전 자율화는 2012년까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선 대입 자율화 일정의 조정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이 발언을 접한 대학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대입 자율화의 후퇴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대학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최근 2012년도 대입 윤곽을 밝힌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연세대는 대학별 고사, 고려대는 수능 5배수 선발 후 교장추천·봉사·경력 반영 최종 선발, 성균관대는 계열별 고사 실시 계획을 밝혔다. 다른 대학들도 유사한 입시안을 준비 중이다. 대학쪽에선 이를 다양한 선발 방법 시도라며 자찬한다.

하지만 학교나 학부모 입장에선 우려스럽기만 하다. 전형이 더욱 복잡해졌고 본고사에 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더욱이 고려대는 지난해 수시모집 때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으로 집단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이유로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은 대학이 교육현장의 혼란과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따라서 안 장관이 "우리가 추구하는 자율은 방종이 아니고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는 것"이라며 "입시가 무질서로 간다면 정부로서도 엄청난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은 적절하다. 자율화가 대학간 과열경쟁과 입시 무질서로 흐른다면 정부로선 방관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율화는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사회적 공감대를 충분히 얻는 것이다. 대학은 초·중·고교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런 만큼 입시안 마련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금처럼 자율화가 일부 대학의 이기적 자율로 흐를 것이란 우려를 증폭시키면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따라서 입시안을 개별 대학이 홀로 결정하기보다 대교협 교사 교육청 교과부 교육 관계자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들은 성급함을 버리고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 기왕의 방안들을 숙성시키면서 차분히 자율화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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