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를 마친 원세훈 신임 국가정보원장이 12일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보지원 노력을 다짐했다. 주목되는 것은 "지난 1년간 국가 정보기관으로서 무엇을 했는지 뼈저린 자각과 자성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권 교체에 따라 국정원의 변화가 불가피했으나 그동안 쇄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정원을 변화된 대북정책 기조에 부응하고 국가 안보와 미래, 사회의 안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과거 정권에서 혜택받은 사람들이 국정원 조직 곳곳을 장악한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 지난해 국정원이 촛불시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그 같은 인적 요소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정권 교체나 원장 교체 때마다 물갈이 인사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해서 미룰 일이 아니다.

원 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국내와 해외 파트를 합쳐 글로벌 시대에 맞는 정보 통합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국내, 북한을 담당하는 1·2·3차장 제도를 바꿔 정보 수집과 분석 등 기능별로 조직을 재편할 계획이라고 한다. 차제에 국정원을 선진국의 경우처럼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고급 정보기관으로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정권이 바뀌면 이름도 바뀌고 원훈(院訓)도 바뀌는 정보기관이 우리나라 말고 또 있겠는가.

정권마다 국정원의 정치중립을 다짐했지만 모두 공허한 말이었다. 원 원장은 청문회에서 "체제 전복세력에게는 정치가 침투대상이 되는 만큼 정치정보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사찰을 뜻하는 게 아니라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보활동과 사찰의 경계선이 모호한 만큼 정치사찰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동향 파악이다. 미사일 발사 같은 단기적 도발에서 핵무기 사용이나 정권 붕괴 같은 유사(有事) 사태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정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안보 없는 성장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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