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현동] 고용대란과 지속경영 기사의 사진

오랜 지기인 한 친구가 며칠 전 전화를 걸어왔다. 화난 목소리였다. "사는 게 뭐 이래. 이래도 되는 거야"라고 했다. 횡설수설했다. 요지는 이랬다. 뼈 빠지게 일한 죄밖에 없는데 회사에서 사직을 권고한다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내색하지 못했지만 아마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불황과 구조조정의 여파가 그에게도 몰아닥친 것이다. 그는 어느 대기업 간부사원이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또는 예상했더라도 어쩔 수 없이 위기를 맞는다. 결코 길지 않은 삶 속에서 우리는 몇 차례 위기 상황에 접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과 같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마찬가지다. 자신이 잘못한 때문도 있지만 불가항력적인 것도 적지 않다. 피할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을까마는 세상일이 어디 그런가.

혹자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그건 말장난이다. 죽을 때까지 위기를 맞지 않는다면 다행이나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위기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어쩌랴, 이건 운명이다. 넘지 못할 위기는 없다. 그러나 위기 대응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위기에 좌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위기를 기회로 삼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은 명료하다.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예는 많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봄이 아름다운 까닭은 꽃을 피우기 때문만은 아니다. 혹한의 겨울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혹한의 겨울은 아름다운 봄을 잉태하고 있다. 위기의 끝이 실패가 아니기에 소중하듯, 겨울의 끝은 봄의 시작이기에 희망적이다.

세상살이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위기 끝에 일궈낸 성공이 더 의미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은 2007년 펴낸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라는 책에서 "기회는 늘 위기의 얼굴로 찾아온다"고 했다. 웃기는 소리라고 할 사람들이 없진 않겠으나 일리 있는 위기 예찬론이다.

고용대란이다. 새해 들어 일자리가 더 줄었다.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당분간 이런 사정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것은 약과다. 이미 있는 일자리마저 내줘야 할 판국이다. 오죽했으면 '이퇴백'(20대 퇴직한 백수)이니 '삼초땡'(30대 초반에 명예퇴직)이라는 말이 나돌까.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진력하고 있으나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곳은 기업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기극복의 처방으로 구조조정을 강조한다. 군살을 빼라는 말이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기업으로선 고민스럽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둬야 하는데 잡 셰어링은 이와 배치된다. 한 사람 일거리를 두 사람이 하고, 임금을 나눠 갖는 것이니 당연하다. 얼마 전 LG전자 남용 부회장이 "생산성 향상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잡 셰어링은) 신기루"라고 말한 점은 이를 대변한다. 정부가 기업을 무조건 닦달만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멀리 보자. 이윤추구가 기업의 목적이지만 사회공존의 가치를 인정할 때 '지속 가능한 경영'도 가능하지 않을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고 했다.

박현동 산업부장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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