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故 백화종칼럼

[백화종 칼럼] 청와대,왜 일을 키우나

[백화종 칼럼] 청와대,왜 일을 키우나 기사의 사진

"쌀이 좀 있으면 시루를 빌려다 떡을 해 먹고 싶은데 나무가 없네."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다시 생각나는 우스갯소리다. 떡은 먹고 싶은데 가진 것이라곤 입뿐이듯, 하고 싶은 건 엄청난데 뭐 하나 뒷받침되는 게 없는 것 같기에 말이다.

경제 대통령을 기치로 집권했는데 미국발 경제 쓰나미로 성장 목표 7%는커녕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가운데 2년차를 맞았다. 나라 밖 여건이 나쁘면 나라 안 분위기라도 좋아야 할 텐데 촛불집회다, 용산 참사다 하여 출범 때부터 잠잠한 날이 없다. 어려운 때일수록 식구끼리라도 뜻이 맞아야 할 텐데 여당답지 않게 집권 초부터 주류·비주류로 나뉘어 국정 현안마다 갈등이다.

人德이 없는 탓일까

어떤 자리에 있든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인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데 이 대통령은 집권 후 아직까진 그 점에서 아니올시다인 것 같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각료와 청와대 참모 내정자들 상당수가 부동산 비리, 논문 표절 등의 흠으로 낙마하여 정권에 상처를 줬다.

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건 초급 관리직이라 하여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 청와대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낸 이메일 사건이 그 단적인 예다. 문제의 이메일은 "경찰이 용산 참사로 촛불시위를 확산하려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고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군포연쇄살인사건 수사 내용을 적극 활용하라는 내용이다. 요약하면 군포 살인 사건으로 용산 참사를 희석시키라는 얘기다.

명색이 청와대 참모진으로서 상식과 양식을 가진 사람의 행위인지 아연해진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비서실의 자세다. 이 사실이 처음 폭로됐을 때 비서실은 이를 부인하는 듯하다가 개인의 돌출행동이었다고 후퇴하면서 당사자에게 구두 경고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행정관은 결국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야당은 청와대의 조직적이고 공식적인 음모라고 주장하나, 설령 비서실의 변명대로 이메일이 공식 문건이 아니고 개인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비서실은 상식 밖의 행위에 더 단호히 조치했어야 옳았다. 그것이 희생자들의 넋과 유족들 및 철거민들을 위로하는 길이고 고비에 선 용산 사태를 정치적으로 악화시키지 않는 길이었다. 왜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게 일을 키우는지 모르겠다. 공자도 잘못하고 그것을 고치지 않는 그게 바로 잘못(過而不改 是謂過矣)이라 했는데.

깔끔하지 못한 뒤처리

이 같은 일들도 이 대통령에게 인덕이 없는 탓일 게다. 그러나 그것도 따지고 보면 이 대통령의 인사 방식에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 대통령은 자신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즐겨 기용하는 것 같다. 고소영, 강부자, S라인 등의 조어들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또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은 어느 자리든 옆에 두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회전문 인사니, 그 나물에 그 밥이니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한번 맺은 인연을 오래 간직하는 건 인간적이다. 그러나 공직 인사에서 그리 하면 참신하고 유능한 인사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국면 전환이 필요할 때 그걸 어렵게 만든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인사는 높이 떠서 멀리 보고 때론 단호해야 한다.

국정을 떡에 비유한다면 인사는 쌀에 해당될 것이다. 좋은 쌀만 구해 놓으면 시루와 나무를 구하는 거야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라도 뉘 없이 좋은 쌀을 구해 이 대통령이 인덕 있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게 나라를 위해서 좋은 일이니까.

전무이사 大記者 wjbae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