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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박동수] 합리적 소비


지난 주말 서울시내 한 대형 벼룩시장에 들렀다. 1년 만의 발걸음이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댔다. 빽빽이 들어선 좌판에선 의류 신발 가방 전자제품 등 각종 중고품 거래가 한창이었다. 1000∼5000원짜리 의류가 가장 많이 팔려나갔다. 가죽점퍼도 5000원이면 거뜬했다. 한 노점주인은 "불황 탓인지 중고품을 사러 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면서 "상태가 좋은 물건은 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반면 근처 의류전문상가들엔 손님이 거의 없었다. 50∼70% 세일이란 광고문구도 손님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인근 재래시장도 한산하긴 마찬가지. 경기침체가 가져다준 명암이다.

불황은 수치에서도 체감된다. 지난주 발표된 지식경제부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가정용 직물 및 의복 판매액은 2조8029억원으로 3조원을 밑돌았다. 최근 4년간 직물 의복 판매액이 3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라 한다. 대형 마트의 구매건수도 지난해 12월의 경우 전년 에 비해 4.6% 줄었다. 업종 불문하고 판매난이 심각하다.

그런 와중에도 벼룩시장은 크게 증가했다. 도심은 물론이고 요즘 웬만한 동네치고 중고 의류·가방·신발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벼룩시장이 없는 곳이 드물다. 고객 숫자도 증가일로다. 벼룩시장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벼룩시장 운영자들은 "경쟁자가 많아져 중고품 구입 단가가 많이 올랐다"고 말한다. 또 서울 강남 등 부촌에서 쏟아져나오던 중고 명품 물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전언이다. 얼어붙은 소비심리에부자들마저 지갑을 닫고 '절약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이런 소비현상을 보며 걱정이 앞선다. 벼룩시장 활성화는 선진국형 알뜰소비패턴으로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풍족한 시절을 살며 명품과 신상품에 너무 집착하고 충동 구매를 일삼는 등 과잉소비행태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절약모드가 지나쳐 자린고비형 소비패턴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 실물경제는 더 어려워진다. 해답은 합리적 소비문화의 정착에 있다.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많이 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알뜰지출에 노력하는 등 각자 형편에 맞는 소비생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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