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개봉 한 달 만에 관객 60만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제작비 2억원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한국 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 영화 '원스'의 22만명, 한국 작품으로는 '우리 학교'의 10만명 최고 기록과 비교하면 눈부신 행진이다. 이제 '워낭소리'는 꿈의 100만을 향하고 있다.

영화의 최대 덕목은 절제있게 관객과의 공감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시골 노인과 농우(農牛)의 40년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오늘의 농촌을 예찬도, 비관도 하지 않는 채 담담하게 담아내 성찰적 시선을 이끌어낸다. 디지털 문명과 속도전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소 걸음이 상징하는 느림의 가치, 돈으로 셈할 수 없는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다. 영화의 영문 제목도 'Old Partner'다.

관객을 향한 제작진의 배려도 돋보인다. 독립영화 특유의 정치과잉이나 실험, 주관적 해석을 자제하는 대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현장을 노인의 수레가 무심히 지나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제작자의 의도가 개입되기 쉬운 내레이션을 배제한 채 시골 사람들의 육성을 그대로 입혔고, 해독이 어려운 경북 내륙의 사투리는 자막으로 처리했다.

'워낭소리'는 성실함의 보상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6년간 소재를 찾아다녀 주인공을 찾아냈고 3년에 걸쳐 사계절 밤낮으로 찍었다. 긴 시간 동고동락하면서 과묵한 할아버지의 입에서 삶을 관조하는 대사를 뽑아냈고, 할머니의 쏟아지는 지청구는 영화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었다. 평생의 굴레인 코뚜레와 워낭을 풀어주고, 황소가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촬영해 기록적 가치를 높인 것도 끈기의 소산이다.

'워낭소리'는 이제 독립영화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거두도록 요구하고 있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의 경쟁자가 아니라 대안이다. 새로운 영화의 싹을 길러내는 인큐베이터이자 수많은 가능성을 품는 수원지이기도 하다. 독립영화를 제대로 부축하고 거두어야 제2의 '워낭소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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